유가증권시장 대형주들의 외국인 지분율이 종목별로 크게 엇갈리고 있다. 현대차는 리먼브러더스발 금융위기 직후 수준까지 떨어졌고, 네이버·카카오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반면 2차전지주는 외국인들이 지분율을 계속 높이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의 외국인 지분율은 전날 기준 27.35%다. 금융위기로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렸던 때인 2009년 3월 19일(25.21%)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후 30%대 후반으로 회복했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꾸준히 하락했다. 현대차는 이달 들어 전날까지 외국인이 2964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가장 많이 판 종목에 자리했다.
반면 기아는 외국인 지분율이 35.28%로 1년 전(33%)보다 높아졌다. 금융위기 때는 8%까지 빠졌다. 안정적인 실적이 매력적으로 읽혔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기차를 중심으로 새로운 플레이어가 너무 많이 생기면서 자금을 끌어가고 있다”며 “현대차가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을 내놓기 전까지는 외국인이 계속 주식을 팔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주도 외국인 지분율이 떨어지고 있다. 네이버의 외국인 지분율은 55.19%로 코로나19 이전의 60%대보다 낮아졌다. 2020년 9월 조정장 때 55.07%까지 빠진 뒤 55~58%에서 박스권을 나타내고 있다. 카카오도 외국인 지분율이 28.15%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외국인이 국내 시장에서 플랫폼주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시총 상위주 가운데서는 LG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이 떨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33%대였지만 최근 28%대로 내려왔다. 금융위기 당시 바닥은 20%대다. LG전자의 전장사업 등 신사업에 대한 기대가 외국인 수급에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물적분할로 타격을 받은 LG화학은 외국인 지분율이 올랐다. 49.43%로 1년 전(44%)보다 높아졌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가치 등을 포함한 LG화학의 기업가치가 저평가됐다는 판단이 깔렸기 때문이다. 삼성SDI도 코로나19 이전 외국인 지분율이 20%가 채 되지 않았지만 꾸준히 상승해 30%대에 머물러 있다. 2차전지주가 한국 시장의 주요 성장산업으로 인정받은 영향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관련주는 꾸준한 외국인 지분율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52.20%다. 52~55% 박스권을 나타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50.65%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