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세계 8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 타워세미컨덕터를 54억달러(약 6조4692억원)에 인수한다. 지난해 재진출을 선언한 파운드리 사업의 역량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M&A)이라는 분석이다.
인텔은 이스라엘 파운드리업체 타워세미컨덕터 주식을 주당 53달러에 전량 현금 매입하기로 합의했다고 15일 발표했다. 인수가격은 타워세미컨덕터의 시가총액(약 36억달러)을 고려할 때 50%의 프리미엄을 붙인 가격이다. 인텔은 “인텔과 타워세미컨덕터 이사회에서 인수안이 만장일치로 승인됐다”며 “인수 절차는 약 1년 후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타워세미컨덕터는 자동차, 소비재, 의료 및 산업장비에 쓰이는 반도체와 집적회로를 생산하고 있다. 아날로그디바이스, 브로드컴 등이 주요 고객사다. 이스라엘,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텍사스주, 일본에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연간 매출은 약 13억달러로 파운드리업계에서 규모가 큰 기업은 아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타워세미컨덕터 인수는 인텔이 세계적인 파운드리업체가 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겔싱어 CEO가 지난해 ‘종합반도체기업(IDM) 2.0’ 전략을 공개하며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전격 선언한 이후 인텔은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왔다. 한때 세계 반도체업계를 호령했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삼성전자, 대만 TSMC의 위상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지난해에는 세계 4위 파운드리 기업인 글로벌파운드리를 300억달러(약 36조원)에 인수하기 위해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글로벌파운드리가 매각 대신 기업공개(IPO)를 선택하면서 최종적으로는 무산됐다.
인텔은 지난달에는 미국 오하이오주에 최소 200억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제조시설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7일에는 10억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펀드를 출범시켜 기술 확보 및 스타트업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날 나스닥시장 개장 전 시간외거래에서 타워세미컨덕터 주가는 45%가량 급등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