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부동산 시장이 주춤하는 가운데 강원도 속초시 집값만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관광객과 세컨드하우스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비규제 효과까지 더해져 집값이 상승한 것으로 해석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원도 속초시의 아파트값은 올해 들어 1.16% 오르며 전국에서 유일하게 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기간 전국 아파트값이 0.07%, 지방은 0.13% 상승에 그친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집값도 꾸준한 상승세다. 속초시 조양동 '대광로제비앙' 전용 84㎡는 이달 2억9700만원에 거래됐다. 비교적 가격이 낮은 저층(4층) 아파트였는데, 지난해 8월 동일 평형 같은 층의 2억원과 비교하면 6개월 만에 1억원가량 오른 셈이다. 동일 평형 최고가를 기록한 13층의 3억원에도 근접한 액수를 기록했다. 같은 지역 '성호' 전용 59㎡도 이달 1억7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지난해 11월 최고가와 같은 액수다.
교동의 '현대1차' 전용 84㎡도 이달 2억1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였던 10월 1억7700만원에 비해 3400만원 올랐다. '청초대우' 전용 59㎡도 지난달 1억7400만원에 손바뀜됐는데, 직전 거래인 지난해 5월 1억5300만원에서 1900만원 상승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속초 아파트값이 오르는 이유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교통망 개선, 코로나19로 인한 관광수요 증가 등이 꼽힌다. 한국부동산원은 지난해 12월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이 서울은 11억5147만원, 강원도는 1억8455만원인 것으로 집계했다. 서울~양양고속도로와 원주~강릉 고속철도가 2017년 개통하면서 속초의 수도권 접근성도 크게 개선됐다. 2027년에는 춘천~속초와 강릉~제진 구간 고속철도가 개통될 예정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국내 관광수요가 늘어난 점도 속초 집값을 끌어올렸다. 관광수요가 동해안을 접한 강원도로 몰리며 세컨드하우스가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해 외지인 투자가 늘어난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속초 아파트 거래량에서 외지인 비율은 44.47%에 달했다.
규제 청정지역이라는 점도 속초의 강점이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강원과 제주만 전 지역이 규제 대상에서 벗어났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최대 70%까지 적용받을 수 있고 청약 통장 가입 후 6개월만 지나면 청약 신청이 가능하다. 전매제한 등 여타 규제도 없다.
같은 이유로 강릉, 동해 등 강원도 동해안권 집값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올해 들어 강릉시 아파트값은 0.57% 올랐다. 강릉시 견소동 '송정한신' 전용 59㎡는 지난달 2억원에 매매되며 최고가를 경신했고 교동의 '교동주공1차' 전용 84㎡도 이달 4억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새로 썼다.
경매 시장도 활황이다. 지난달 속초의 한 아파트는 감정가 1억1600만원보다 3390만원 비싼 1억499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129.3%이고 응찰자도 17명이 몰렸다. 강릉에서도 감정가 1억30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1억9469만원에 거래되며 낙찰가율이 149.8%에 달한 사례가 나왔다. 법원전문경매업체 지지옥션은 지난달 강원도 아파트의 평균 낙찰가율이 전월 대비 3.3%포인트 상승한 107.8%인 것으로 집계했다.
업계에서는 속초를 비롯한 강원도 동해안권 부동산 매수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속초시 조양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속초 아파트값이 최근 많이 올랐지만, 그래도 수도권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라며 "규제도 없어 외지인의 매수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