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강화와 금리인상 우려에 서울 집값과 전세값이 억눌리면서 풍선효과로 월세가격이 치솟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맷값 상승이 멈추고 전세가 상승도 0.01%에 그친 가운데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은 0.41%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2년 1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종합(아파트·다세대·단독) 매맷값 상승률은 0.10%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0.29% 대비 상승폭이 축소됐는데, 지역별로는 서울이 0.26%에서 0.04%로, 수도권은 0.33%에서 0.06%로, 지방은 0.25%에서 0.14%로 모두 상승폭이 줄었다.
서울 아파트의 경우 매수세와 거래활동이 위축되며 변동률이 0.00%를 기록, 보합으로 전환됐다. 거래절벽도 심각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123건에 그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달 899건(15일 기준)으로 줄었다. 2월 말까지인 거래 신고 기간을 고려해도 1000건 안팎에 그칠 전망이다.
상승이 멈추며 하락거래도 서울 곳곳에서 발견된다. 금천구 시흥동 '관악산벽산타운5'단지 전용 84㎡는 6억7000만원에 팔리며 7억5000만원을 기록했던 직전거래 대비 8000만원 떨어졌고, 강서구 공항동 '공항동부센트레빌' 전용 84㎡도 지난해 9월의 9억4000만원보다 6500만원 하락한 8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 84㎡도 21억6400만원에 손바뀜됐다. 지난해 10월 신고가인 25억2000만원보다 3억5600만원, 직전 거래가인 23억9000만원보다 2억2600만원 내렸다.
금리 부담에 서울의 전세가 상승폭도 크게 둔화됐다. 지난달 전국 월간 주택종합 전세가격은 0.07% 상승한 가운데, 서울은 0.04% 상승하며 전월 0.24%에 비해 상승폭이 0.20%포인트 줄었다. 그나마도 연립주택과 단독주택을 제외하고 서울 아파트만 떼어 보면 상승폭은 0.01%에 그쳤다.
서울의 매매·전세 가격 상승이 크게 둔화됐지만 월세 상승폭은 비교적 높게 유지됐다. 지난달 서울 월세통합 상승률은 0.11%를 기록, 전월 0.18%에서 0.07%포인트 하락에 그쳤다. 자치구별 월세통합지수 변동률은 강남구가 0.30%로 가장 높았고 △도봉구(0.26%) △성동구(0.25%) △동작·서초구(0.19%) △강북구(0.18%) 순이었다. 서울 아파트만 보면 지난달에만 0.41%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월세는 가격과 함께 거래량도 증가세다. 2019년 5만1026건, 2020년 6만783을 기록했던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지난해 7만1080건을 기록하며 사상 최다치를 경신했다.
자치구별로는 금천구의 월세 비중이 56.1%에 달해 전세 비중(43.9%)보다 높았다. △종로구(43.8%) △중구 (43.5%) △강동구(42.5%) △강남구(41.6%) △마포구(40.9%) △관악구(40.2%) 등도 월세 비중이 높았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도 4452건(15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899건에 그쳤다.
매매·전세 거래가 위축되는 상황에도 월세가 꾸준한 인기를 얻는 이유로는 금리인상이 꼽힌다.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 어려워졌고, 전세 보증금을 대출받을 때 부담해야 할 이자도 월세보다 크다는 것이다. 서울의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은 4.1%(한국부동산원, 지난해 12월 기준)이지만,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금리는 최고 5%를 넘어서고 있다.
전·월세전환율은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이율로, 전·월세 전환율이 대출 금리보다 낮으면 보증금을 전액 내기보다 월세로 전환하는 편이 임차인의 부담을 낮추는 방법이 된다. 금리인상이 월세 전환을 촉진시키는 것인데, 임대인 입장에서도 은행 이자보다 많은 월세 수익을 받고 보유세 부담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 월세 거래와 가격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내다본다. 마포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8월이면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된 전세 물건들이 나온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늘어났기에 전셋값을 대폭 늘리려는 집주인들이 적지 않다"며 "전셋값이 오르면 금리를 감당하기 어려운 세입자들이 월세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고 가격도 뛸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