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심각한 중국, 美 블랙록에 첫 외국계 개인연금 판매 허가

입력 2022-02-15 12:45
수정 2022-02-17 00:01

중국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에 개인연금 판매를 허가했다. 중국은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국민 대부분이 의존하고 있는 공적연금이 2035년 고갈될 위기에 처해 있다.

15일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회)는 최근 블랙록CCB에 개인연금 상품인 '은퇴리차이(理財·WMP)'를 판매할 수 있는 1년짜리 시험면허를 발급했다. 블랙록CCB는 광둥성 광저우와 쓰촨성 청두에서 은퇴리차이를 최대 100억위안 판매할 수 있다. 은보감회는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지면 한도를 늘려주기로 했다.

블랙록CCB는 블랙록과 중국 건설은행(CCB),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이 공동으로 설립한 리차이 운용사다. 블랙록이 지분 50.1%를 갖고 있다. 중국은 자국 금융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40여년 간 유지해 오던 외국계 금융사의 현지법인 지분율 49% 제한을 2020년 해제했다. 미국과 유럽이 시장 개방을 지속적으로 요구한데다 중국도 금융시장을 발전시키기 위해선 글로벌 금융회사를 더 많이 끌어들여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리차이(wealth management product)는 중국의 독특한 금융상품이다. 은행 예금이나 CMA같은 저위험 상품부터 투기등급 채권이나 주식에 투자하는 고위험 상품까지 다양하게 존재한다. 시장 규모는 4조달러(약 4800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2020년 프랑스 아문디, 블랙록 등이 리차이 부문에서 독자 경영(지분율 50% 초과) 허가를 받았다.

중국 은보감회는 앞서 지난해 12월 4곳의 자국 은행들에 은퇴리차이 판매 시험면허를 줬다. 공상은행, 건설은행, 상업은행, 광다은행 등 4개 국유은행이 우한, 청두, 선전, 칭다오에서 100억위안 한도의 1년짜리 면허를 받았다. 이들은 개인들로부터 유치한 자금을 대부분 만기 3년 이상의 채권에 투자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예상 수익률은 연 4.8~8%다.

중국은 이른바 은퇴 준비의 3대 기둥으로 불리는 공적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가운데 공적연금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다. 중국의 공적연금인 양로보험은 2019년 기준 20세 이상 국민의 87%가 가입해 있으며 기금 규모는 4조4000억위안(약 830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퇴직연금 가입률(20세 이상 국민 중 가입자)은 2%에 그친다. 규모도 1조4000억위안으로 상대적으로 적다. 세제혜택을 받는 개인연금은 2018년에 법제화됐으며 아직 제대로 된 통계도 없을 정도로 초기 단계다.

중국이 개인연금 시장을 확대하는 것은 급속한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중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10년 8.8%에서 2020년 13.5%로 뛰었다.

중국 정부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의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양로보험 기금은 2027년 7조위안으로 정점을 찍은 뒤 급속히 감소해 2035년 고갈될 전망이다. 연금 납부자 대비 수급자 비율이 2019년 47%에서 2050년 96.3%로 늘어난다. 현재 납부자 2명이 수급자 1명을 부담하지만, 2050년에는 이 비율이 1대1로 바뀐다는 얘기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