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은 짧았다. 이달 들어 2800선 턱밑까지 회복한 코스피 지수가 다시 힘없이 내려앉으며 2700선을 겨우 사수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위기가 최고조로 치달으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크게 자극한 영향이다.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 추정치를 밑도는 4분기 기업 실적, 늘어나는 공매도 등 증시를 짓누르는 악재가 겹치면서 투자 심리도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증시가 급락한 지난달 공격적으로 저가 매수에 나섰던 모습과 정반대 모습이다.
14일 코스피 지수는 1.57% 하락한 2704.48에 마감했다. 오전 장중엔 2700선이 무너지며 2688.24까지 하락했다. 개인이 1868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지난달 급락장에서도 낙폭이 큰 성장주 위주로 4조388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던 모습과 정반대 양상이다. 이달들어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576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오후 들어 연기금이 1742억원을 순매수하는 등 기관이 934억원 순매수하며 지수를 방어했다. 외국인도 706억원 순매수했다. SK하이닉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을 제외하고 시총상위주는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경제신문이 만든 KEDI혁신기업 ESG30지수를 기반으로한 ETF인 ‘TIGER KEDI혁신기업ESG30 상장지수펀드(ETF)’는 1.70% 하락한 9815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말 사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너 침공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지수를 끌어내렸다. 시장 참가자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인플레이션을 크게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의 전세계 천연가스, 원유 생산 비중은 각각 16%, 12%에 달한다.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해 미국 등이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가하면 러시아는 에너지 공급 중단으로 맞설 수 있다. 러시아발(發) 에너지 공급난으로 물가 수준이 더 높아지면 미 Fed의 긴축 정책 속도는 최근 예상보다 더 빨라질 수 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Fed의 강도높은 긴축 정책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분할 저점 매수를 준비할 때라고 조언하고 있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전쟁이 발발하더라도 역사적으로 증시는 일주일 정도 시간이 지나면 반등했다"며 "고점 대비 20% 가량 하락한 2700선에서는 실적이 뒷받침되는 종목 위주로 분할 저가매수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심성미/서형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