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보다 악재가 문제"…증권사, 에코프로비엠에 등 돌렸다

입력 2022-02-14 11:11
수정 2022-02-14 11:24
'ESG, 준법 경영 부탁드립니다.' 하이투자증권이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올 들어 최저가 수준인 45만원을 목표주가로 제시하면서 14일 내놓은 리포트의 제목이다. 증권가가 지배구조에 대한 불확실성을 목표주가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차기 대선 후보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로 띄우면서 ESG 경영이 기업을 평가하는 핵심 잣대가 된 영향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1분 현재 에코프로비엠은 전 거래일 대비 2800원(0.84%) 내린 33만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모회사인 에코프로도 전 거래일보다 600원(0.82%) 떨어진 7만2600원을 기록 중이다. 장초반 잠시 상승하는 듯 했지만, 시장의 전반적인 약세에 하락 반전했다.

이날 증권사 10곳이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에 대한 리포트를 내놓았다. 에코프로비엠이 실적을 발표한데에 따라 분석보고서가 넘쳤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10일 작년 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한 5039억원, 영업이익은 99% 성장한 28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증권사들은 '깜짝 실적이다'와 '예상치에 못 미쳤다' 등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목표주가를 내린 곳은 무려 7곳에 달한다. 에코프로비엠에 제시된 리포트 6개의 평균 목표주가는 51만3000원 수준이다. 80만원까지 등장했던 작년 11월과 비교하면 3개월새 증권가의 눈높이는 많이 낮아졌다.

금융투자 전문가 대부분은 실적보다는 국내 2차전지 소재 업종의 전반적인 주가 하락세를 반영해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를 내렸다고 밝혔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비교기업들의 주가 하락으로 적용 멀티플(수익성 대비 기업가치)을 조정하면서 목표주가 하향이 불가피해졌다"고 밝혔다.

오창공장 화재로 인해 발생할 기회 손실과 포항공장(CAM5N·CAM6) 조기 가동의 영향으로 고정비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며 목표가를 내린 증권사도 있다. 일부 증권사는 올 하반기 들어 점진적인 하락이 예상되는 메탈 가격을 목표가 하향의 이유로 들었다.

주목할 점은 목표가 조정에 지배구조 불확실성을 고려한 증권사가 여럿 있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기관 투자자들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ESG 경영 여부를 민감하게 고려하고 있는 만큼 지배구조상의 문제점들도 주가에 직접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과거 ESG 관련 리스크가 발생해도 섣불리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를 조정하지 못하던 증권가 모습과 확연히 달라진 양상이다.

현재 에코프로비엠은 내부자거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달 26일 에코프로비엠 임원들이 내부 정보를 활용해서 주식 거래를 한 정황을 금융당국과 검찰이 포착, 합동 수사를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전해졌다. 당시 에코프로비엠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이 사실을 인정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지난 1월21일에는 충북 청주시 오창읍 소재 에코프로비엠 제조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잇단 악재로 최근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는 작년 11월 고점 대비 41%가량 떨어졌다.

이안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오창공장 화재와 내부자거래 이슈로 인해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만큼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며 "이베스트투타증권의 주가 괴리율 정책과 에코프로비엠의 불확실성 요인들을 감안해 목표주가를 50만으로 내린다"고 밝혔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진정한 주가 회복을 위해선 가장 큰 불확실성인 ESG와 준법 경영의 정상화 여부가 핵심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행 중인 내부자거래 관련 조사 결과에 따라 해당 임직원들의 사퇴 등 시장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엄중한 조치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투자의견에 대해선 모든 증권사가 '매수'를 추천했다. 단기 주가 변동성이 커졌지만 최근의 악재가 펀더멘털(기초체력)과 무관한 만큼 중장기 성장성에는 변함이 없다는 설명이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화재사고에 따른 매출 타격 노출도는 전체 매출 대비 5% 미만으로 추정되며, 임직원 교체는 이익 창출 능력에 영향을 줄 사안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