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과 김치는 해외에서 가장 사랑받는 ‘한국 맛’이다. 외국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봐도 그렇다. ‘한국식 치킨’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지난해 뉴욕과 파리, 베이징 등의 시민 8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한식 메뉴’ 1위(16.1%)에 올랐다.
한식을 먹어본 적이 있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자주 먹는 메뉴를 물었을 때에도 ‘한국식 치킨(30%)’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김치(27.7%)가 2위를 차지했고, 비빔밥(27.2%), 떡볶이(18.0%)가 뒤를 이었다. ‘황금 올리브 치킨’과 금메달 특수
치킨의 본고장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건 ‘황금 올리브 치킨’(올리브유에 튀긴 프라이드 치킨)이다. 2006년 미국에 진출한 제너시스BBQ의 미국 매장 판매 1위 메뉴다. 미국 내 BBQ 매장은 97개다. 코로나19 여파에도 지난해에만 27개가 늘었다.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외식 브랜드 5위를 차지했다. 현지인 입맛에 맞는 품질과 배달 전략이 주효했다고 한다.
양념치킨도 인기를 끌고 있다. 꿀?마늘 양념을 묻힌 허니 갈릭 치킨, 간장 소스를 곁들인 소이 갈릭 치킨, 고추장 양념을 더한 시크릿 스파이시 치킨 등이 잘 팔린다.
양념 치킨은 말레이시아에서도 인기다. 말레이시아에서 34개 매장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의 매출 1위 메뉴는 믹스(간장+레드) 시리즈다. 통마늘과 발효간장으로 만든 소스에 매운맛을 결합한 ‘반반 메뉴’다.
치킨은 국내 배달 1위 메뉴이기도 하다. 엊그제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금메달리스트 황대헌이 “치킨 먹고 싶다”고 말한 뒤에는 제너시스BBQ의 치킨 판매량이 급증했다. ‘황금올리브 치킨’의 가맹점 원료 주문량이 평소보다 50%나 급증해 일시적으로 수급 차질을 빚을 정도였다.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이자 이번 올림픽 선수단장인 윤홍근 제너시스BBQ그룹 회장은 황대헌 선수에게 치킨을 평생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치킨과 맥주를 조합한 한국어 ‘치맥’은 영국 옥스포드 사전에도 올랐다. 미 버지니아주 의회도 ‘김치의 날’ 제정
김치는 치맥보다 먼저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됐다. 김치의 대미 수출은 지난해 22.5% 늘어난 2825만 달러를 기록했다. 10년 전인 2011년(279만 달러)보다 10배가량 증가했다.
지난 9일에는 미국 버지니아주 의회가 ‘김치의 날’ 제정을 결의했다. 김치의 날(11월 22일)은 김치의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2020년 국내에서 제정한 법정 기념일이다. 미국에서 이날을 기념일로 지정한 것은 지난해 캘리포니아주 의회에 이어 두 번째다.
결의안에는 김치의 인기와 역사, 건강식품으로서 우수성, 한국이 김치 종주국이라는 내용이 명시됐다. 유네스코에서 김치 준비 및 보존 과정인 한국의 ‘김장’을 무형 문화유산으로 인정했다는 대목도 들어갔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공식 페이스북 댓글을 통해 “‘김치의 날’을 기념할 가장 좋은 방법을 추천 부탁드린다”며 한국 전통문화를 기념하는 데에 힘을 실어줬다.
치킨과 김치는 이른바 ‘국뽕’ 차원을 넘어 한국의 맛을 세계에 알리는 ‘음식 첨병’이 됐다. 이제는 이에 걸맞은 문화의 옷을 입혀야 할 때다. 단순한 먹거리의 맛은 혀끝에서 그치지만, 우리 고유의 전통을 곁들이면 세계인의 마음까지 사로잡는 음식 문화가 될 수 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