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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러시아 리스크가 천연가스에 이어 비료 시장으로 번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러시아 화학기업인 유로켐이 오스트리아 보레알리스의 질소사업부 인수에 나서면서다. 러시아의 비료 시장 통제력이 커지면 유럽의 식량 안보까지 위협할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존 디자드 칼럼니스트는 12일(현지시간) 논평을 통해 "유럽연합(EU) 관료들이 비료 시장에서 러시아 지배력이 높아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비료 시장을 지키기 위한 대응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로켐은 지난 3일 보레알리스의 질소사업부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보레알리스의 질소사업부는 유럽 전역에 50개 넘는 지점을 운영하며 매년 400만t 넘는 비료를 공급하고 있다. 기업 가치는 4억5500만 유로다. 이번 인수합병(M&A)이 마무리되면 유로켐은 노르웨이 야라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비료 기업으로 도약한다.
유럽 비료시장은 러시아 리스크가 비교적 높은 분야로 꼽힌다. 비료의 주 원료인 암모니아 질소를 천연가스에서 추출하기 때문이다. 유럽 질소 비료 비용에서 천연가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80%에 이른다. 유럽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는 40%에 육박한다. 지난해 야라는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채산성이 악화돼 비료 생산량을 줄였다.
천연가스에 이어 비료 시장에서도 러시아 기업의 입김이 세지면서 러시아가 유럽 농작물 작황까지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1년 간 EU의 천연가스 비용은 549%, 질소 비료가격은 263% 급등했다. 농부들이 비료 구입을 미루면서 독일 등에선 식량 생산이 5~10%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럽산 농작물 작황이 줄면 러시아에 대한 식량 의존도까지 높아질 수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함께 세계 밀·옥수수 최대 수출국이다. 러시아는 세계 식품 물가가 상승하자 자국 내 식량 안보를 지키기 위해 올해 4월까지 비료 수출을 금지했다. 곡물 수출량도 제한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