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썰매의 개척자 김유란(30·사진)이 다시 한 번 한국의 올림픽 썰매 도전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김유란은 13일 중국 옌칭 국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모노봅 예선 2차 시기에 출전해 1분07초02로 경기를 마쳤다.
여자 모노봅은 이번 대회에서 새로 생긴 종목이다. 봅슬레이와 비슷하지만 한 명의 선수가 혼자 썰매를 타고 트랙을 달린다는 점에서 2·4인승으로 구성되는 기존 종목과 차이가 있다.
모노봅 역시 다른 썰매 종목과 마찬가지로 유럽 강호들이 일찌감치 선점했다. 하지만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는 기대가 나온다. 탑승자의 무게가 적어 미세한 움직임에도 궤도가 크게 바뀌는 등 경기 중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아직 세계 무대에서 절대 강자가 나오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김유란은 이날 사상 첫 여자 모노봅 경기 1차 시기에서 상단부 커브에서 여러 차례 미끄러지면서도 완주에 성공했고 1분06초68로 전체 20위를 기록했다. 2차 시기에서는 충돌 없는 레이스를 펼치며 순위를 18위로 끌어올렸다. 1, 2차 중간합계 2분09초10을 기록한 케일리 험프리스(미국)가 선두를 차지했다.
육상 허들 선수로 활약하던 그는 2015년 봅슬레이로 전향했다. 스타트 때 폭발적인 힘을 써야 하는 종목에 맞춰 체중을 20㎏ 가까이 늘리며 근력을 키웠다. 피나는 훈련 끝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봅슬레이 2인승에 출전했고 14위를 기록했다.
여자 2인승에서 여자 모노봅으로 종목을 바꿨지만 빠르게 적응했다. 2021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유럽컵 5차 대회에서 모노봅 종목 금메달을 따냈고 6차에서 4위, 7차에서 6위에 오르며 상승세를 탔다. 올림픽을 앞두고 코로나19에 걸리는 불운을 겪었지만 김유란은 결국 베이징 무대에 섰다.
모노봅은 4차 시기까지 기록을 합산해 가장 빠른 선수에게 금메달을 준다. 김유란의 목표는 톱10이다. 14일 3·4차 시기에서 김유란의 도전이 이어진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