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콕·쿼드러플 악셀…'필살기' 승부로 울고 웃다

입력 2022-02-11 17:18
수정 2022-03-13 00:01
최고 수준 선수들의 희비를 가르는 것은 미세한 차이다. 불가능하게만 보이는 ‘필살기’의 성공 여부가 승부를 가른다. 중력의 법칙을 거스르는, 고난도 기술의 경연장이라는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서 메달의 색깔을 결정한 것도 초고난도 기술이었다.

11일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일본의 히라노 아유무(24·사진 오른쪽)는 ‘트리플 콕 1440도’를 시도했다. ‘죽음의 기술’로 불리는 트리플 콕 1440도는 회전과 공중돌기 동작을 섞어 비스듬한 자세(3회전)로 총 네 바퀴 회전을 해야 한다. 충분한 체공 시간 확보를 위해 최소 아파트 2~3층 높이인 5~6m 이상의 점프가 필수다. 실패하면 크게 다칠 수 있고 난도가 높아 어떤 선수도 올림픽에서 한 번도 시도한 적이 없는 기술이다.

히라노가 트리플 콕 1440도를 완벽하게 선보이자 누구보다 환하게 웃은 건 미국의 ‘스노보드 황제’ 숀 화이트(36·왼쪽)였다. 히라노가 이날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의 겐팅 스노파크에서 열린 결선 3차 시기에서 트리플 콕 1440도를 앞세워 금메달(96.00점)을 따내자 화이트는 히라노에게 달려가 악수를 청했다. 4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급’ 기술을 펼치고도 화이트에게 밀려 은메달에 머물렀던 히라노도 화이트의 두 손을 꽉 잡으며 기쁨을 나눴다.

트리플 콕 1440도는 화이트조차 풀지 못한 숙제였다. 미국 NBC에 따르면 화이트는 이 기술을 2014 소치 대회 전부터 준비했다. 하지만 본 대회를 앞두고 기술을 시도하다 파이프 립(점프대의 마지막 부분)에 등부터 착지하는 바람에 크게 다쳤다. 평창 대회에선 연습하다 다쳐 얼굴에 62바늘을 꿰매면서 연마했던 ‘더블 콕 1440도’를 성공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화이트는 이번 대회에서 3차 시기에 넘어지면서 트리플 콕 1440도 도전이 불발됐다.

‘화이트 키즈’로 불렸던 히라노도 화이트처럼 이 기술을 얻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선수다. 공중에서 체공 시간을 늘리려 몸을 웅크리다 착지 실수로 무릎에 치인 간이 파열되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히라노는 “트리플 콕 1440도 연습을 위해 6개월간 매일 60번씩 연습했다”고 털어놨다. 최종 85.00점을 받아 4위로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을 마친 화이트는 “히라노 같은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볼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 피겨스케이팅 ‘슈퍼스타’ 하뉴 유즈루(28)는 마지막 올림픽이 될지도 모르는 베이징 대회에서 ‘올림픽 3연패’를 담보로 인간의 한계에 도전했다. 그는 지난 10일 열린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불가능의 영역’으로 평가받던 쿼드러플 악셀 점프(공중 4회전 반)에 도전했다.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뒤 동기 부여를 잃었던 그는 이 점프를 인류 최초로 뛰겠다며 다시 일어섰다.

점프 실패가 곧 3연패 무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았다. 그래도 하뉴는 도전했고 실패 탓에 4위라는 성적표를 받고도 환하게 웃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