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값 주춤하는데…나 홀로 '고공행진' 중인 곳

입력 2022-02-11 07:23
수정 2022-02-11 10:10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경기, 인천 등은 물론 불패라고 불렸던 강남 집값 마저 주춤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집값이 고공행진 하는 곳이 있다. 경기도 이천이다. 수도권에 몇 남지 않은 비규제지역인데다 교통호재가 더해 지면서 집값이 오르고 있다. 다만 최근 가격이 급등했고 동두천처럼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일 수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어 시장 진입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천 집값은 올해들어 더 오르고 있다.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 이천시 안흥동에 있는 ‘힐스테이트’ 전용 84㎡는 지난달 4억98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신고가인 4억2500만원보다 7300만원 더 높은 수준이다.

같은 동에 있는 ‘브라운스톤이천’ 전용 84㎡는 이달 4억74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이 면적대는 지난해 9월 4억7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는데, 이보다 400만원 더 비싼 가격에 거래가 체결되면서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신고가 경신하는 이천…비규제지역·교통 호재 등 영향증포동에 있는 '이천증포새도시한양수자인5블럭' 전용 84㎡는 지난달 5억4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작년 11월 5억500만원으로 5억원대에 올라선 이후 불과 두 달 만에 3500만원이 상승한 것이다. '이천센트럴푸르지오' 전용 84㎡도 지난해 12월 6억42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직전에 거래된 6억850만원(9월)보다 3350만원 더 뛰었다. 이 단지 전용 59㎡도 작년 12월 4억47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직전 신고가 4억4000만원보다 700만원 올랐다. '현진에버빌1차' 전용 59㎡도 지난달 2억30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는데 작년 신고가인 2억900만원보다 2100만원 더 뛰었다.

이천 부동산 시장이 뜨거운 이유는 수도권 내 얼마 남지 않은 비규제지역이어서다. 수도권 대부분 지역은 투기과열지구 또는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 있다. 하지만 이천시, 여주시, 포천시, 양평군, 연천군, 가평군 등 6곳은 규제를 받지 않는다. 비규제지역에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무주택자 기준 최대 70%까지 허용되고, 청약통장 가입 후 6개월만 채우면 1순위 자격을 얻는 등 청약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이천시 창전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수도권 집값이 급등하면서 대부분 규제에 막혀 집을 마련하기 어려운데 이천시는 비규제지역이기 때문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크다"며 "3~4년 전만 해도 미분양이 넘쳤는데, 최근 1~2년 사이 시장이 많이 회복했다"고 했다.

교통 호재도 이천시 집값을 밀어 올린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천 부발역에서 충주역을 잇는 중부내륙철도는 지난해 12월 정식 개통했다. 중부내륙철도 상행선은 부발역에서 경강선으로 환승해 판교를 거쳐 강남 등 서울 도심으로도 이동할 수 있고 하행선도 충주역을 통해 충북선으로 환승이 가능하다.

이천시 부발읍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KTX가 개통된 이후 부발역 인근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했는데 이런 분위기가 이천시 전반으로 확대됐다고 보인다”고 했다.

인근 경기권 집값 급등으로 적정 가격대를 찾아 이천으로 입주하거나 남아있는 실수요자들도 많다는 설명이다. 안흥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경기 성남시, 용인시 등 집값이 급등하다보니 이천시로 넘어온 실수요자들이 많다"며 "해당 지역보다 집값이 반값 수준으로 낮기 때문에 아무래도 부담이 덜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거래량 감소·조정대상지역 지정 소문까지다만 이천시 시장 진입을 고려하고 있다면 유의할 점도 있다. 최근 이천시 거래량이 줄고 있어서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이천시에서는 지난해 총 3901건이 거래가 됐다. 작년 7월 467건으로 최다를 기록한 이후 △8월 448건 △9월 322건 △10월 312건 △11월 195건 △12월 143건 등으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올해 1월엔 집계가 완료되진 않았지만 110건 정도에 그치고 있다.

현지에서는 거래가 과열되다 보니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도 돌고 있다. 앞서 경기도 동두천시가 시장 과열로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국토교통부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동두천시 송내동, 지행동 등 6개 동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었다.

증포동에 있는 D 공인 중개 관계자는 "작년부터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이천 내에서 돌고 있다"며 "이천 내에서 거래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첫째 주(7일) 기준 이천시 집값은 0.16% 올랐다. 올해 들어서는 0.94% 상승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오른 강원도 속초(1.16%)에 이어 두 번째다. 같은 경기 동부2권에 있는 여주 집값이 4주 연속 내리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