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젤리나 졸리의 눈물로 '여성폭력방지법' 기사회생

입력 2022-02-10 18:53
수정 2022-03-12 00:01

미국 상원에서 존망이 불투명했던 여성폭력방지법(VAWA)이 기사회생했다.

9일(현지시간) 여성폭력방지법이 기사회생했다고 AP·EFE통신, 미 공영라디오 NPR 등이 보도했다.

특히 이번 연장 조치는 할리우드 스타 앤젤리나 졸리의 공이 컸다. 그가 눈물을 머금으며 법안 갱신을 촉구한 직후 일부 상원의원이 초당적으로 합의해 해당 법을 연장하도록 한 것.

졸리는 이날 워싱턴DC 의회의사당 앞 연설에서 "우리나라 권력 핵심부인 이 장소에 서보니, 학대를 가하는 이들과 실패한 시스템 탓에 무력감을 느끼는 모든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며 "많은 사람이 학대가 자행되는 환경을 떨쳐내려 애쓰는 이유는 (그런 환경이) 스스로가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회가 너무 바쁘다며 이 법을 갱신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는 탓에 그런 부정적 생각들이 강화되는 것"이라면서 "(이 법의 갱신이) 올해 상원에서 가장 중요한 표결 중 하나"라고 말했다. 또한 연설 말미에 감정에 북받쳐 울먹이기도 했다.

해당 법안ㅇ에는 성폭력, 가정폭력 등 여성 폭력 범죄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강화하고 교육과 희생자 지원 프로그램 활성화, 이를 위한 재원 규정 등이 담겼다.

1994년 최초 도입된 이 법은 2000, 2005, 2013년 의회에서 세 차례 재승인을 받고 연장됐으나 2018년 말 만기됐다. 지난해 하원에서는 양당이 갱신에 합의했지만, 상원에서는 공화당 반대에 직면해 사라질 위기를 맞았다.

공화당은 이 법에 총기 소유 문제가 얽혔고, 법의 보호 영역에 트랜스젠더를 넣어서는 안 된다며 법안에 반대했다.

졸리가 연설한 지 몇 시간 후 민주당 딕 더빈 의원, 공화당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 등 4명은 공동 성명을 내고 기존 법을 일부 개정해 2026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새로운 법안을 내놓으며 존폐 기로에 섰던 여성폭력방지법이 다시 살아남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는 정의와 연민의 문제"라면서 "초당적으로 진전을 이뤄준 데 감사 드린다. 의회가 (최종 승인할 수 있도록) 내 책상으로 법안을 지체 없이 올려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