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 오아시스, 쓱닷컴 등 연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새벽배송 3인방’이 돌발 변수를 만났다. 국내외 증시가 급랭하면서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데다 자회사 ‘중복 상장’과 관련한 여론이 악화하고 있어서다. 컬리는 높은 성장성과 고객 충성도를 내세워 재무 건전성 우려를 반박하고 있다. 모회사가 상장사인 오아시스와 쓱닷컴은 ‘신사업·시너지론’ 등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증시 ‘급랭’ 유탄 맞은 컬리
10일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상장을 추진 중인 컬리는 한국거래소로부터 재무 건전성에 대한 보완 요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지난달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것으로 점쳐졌지만 거래소의 요구에 사전준비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상장 분위기는 최근 수개월 새 급변했다. 지난해 미국 상장을 추진하던 컬리는 ‘당장의 실적보다 잠재력을 중점적으로 보겠다’는 거래소의 설득에 한국 상장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새해 들어 급격히 커지자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기업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졌다. 매출이 2020년 9530억원에서 지난해 2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적자 상태인 컬리에는 불리한 환경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보수적인 시장 분위기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향후 컬리의 실적이 개선되지 않으면 거래소의 책임론이 거론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컬리는 적자의 주요 원인이 1회성 비용이 아니라 충성고객 확보를 위한 투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투자가 마무리되면 흑자로 전환되는 ‘질 좋은 적자’라는 논리다. 컬리 관계자는 “판매이익에서 변동비를 제외한 개념인 ‘공헌이익’은 흑자를 기록 중”이라며 “충성고객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컬리는 지난달 이영호 전 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과 김석호 전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관료 출신 인사로 이사진을 새로 꾸린 것을 두고 상장 준비를 위한 전문인력 전진 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아시스·쓱닷컴, 중복 상장 논란 고심신선식품 새벽배송 업체 중 유일한 흑자 기업인 오아시스는 모회사인 지어소프트와의 중복 상장 논란이 골칫거리다.
오아시스는 돌파구로 ‘모회사 신사업론’을 내세우고 있다. 오아시스가 상장해도 정보기술(IT) 기반 모회사 지어소프트에는 2차전지 소재와 풀필먼트 사업 등 여러 알짜 신사업이 있다는 논리다. 지어소프트는 지난달 자본금 100억원의 2차전지 소재(니켈도금강판) 제조회사 지어솔루션을 설립했다. 다음달에는 지어솔루션에 250억원을 증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주주인 김영준 지어소프트 의장이 이달 초 사재 150억원을 지어솔루션에 투입하기도 했다.
이마트의 자회사인 쓱닷컴은 모회사와의 ‘시너지론’을 강조하고 있다. e커머스 사업(쓱닷컴)과 오프라인 유통(이마트)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만큼 쓱닷컴이 상장하면 기존 이마트 주주에게도 이득이라는 논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외부 투자자금을 유치한 새벽배송 업체들은 올해 상장을 완료해야 하는 처지라서 다각도로 돌파구를 강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