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재테크 무심한 독일인?…MZ세대는 NFT 투자에 빠졌다

입력 2022-02-10 17:13
수정 2022-02-11 02:12
독일인은 소득이 비슷한 다른 나라 국민과 비교해 투자에 다소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동산이나 주식, 암호화폐와 같은 자산에 투자하고 시간과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다른 여가 활동에 더 관심이 많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급격한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서점가에선 투자 관련 서적들이 심심치 않게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고 있고, 소셜미디어와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는 주식, 암호화폐, 대체불가능토큰(NFT) 등에 대한 게시물이 수시로 올라오고 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새롭게 투자 시장에 뛰어든 사람들끼리의 정보 공유와 교환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소통 창구가 유튜브다. 재테크 전문 인플루언서들이 운영하는 인기 유튜브 채널에는 수십만 명의 구독자가 몰려들고 있다. 그들은 이제 막 투자를 시작하려는 초보자들에게 지금 당장 투자에 나서야 하는 이유부터 구체적인 투자 종목에 이르기까지 쉽고 자세하게 설명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독일에서도 유튜브에서 인기를 얻은 영상 콘텐츠가 책으로 출간돼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경우가 늘고 있다. 미케 하거는 독일어권 국가에서 ‘NFT의 황제’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유명인이다. 원래 코미디언이자 방송국 기술자였던 그는 암호화폐와 NFT 투자를 통해 7년 만에 빚더미에서 백만장자로 거듭났고, 대중 강연과 동영상 강연을 하면서 투자 전도사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NFT 프로젝트 ‘지루한 원숭이 요트클럽(Bored Ape Yacht Club)’을 포함해 수백만 유로 규모의 NFT 컬렉션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달 초 하거는《NFT로 부자 되기(Reich mit NFTs)》라는 책을 통해 자신의 투자 노하우를 독자들에게 선보였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주요 서점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 목록 최상위권에 올랐다.

웹의 블록체인에 저장되는 고유한 디지털 항목인 NFT 기술은 예술 세계를 뒤집어놨다. 이미지, 비디오, 음원, 그 밖의 수많은 디지털 콘텐츠의 소유자가 분명해지면서 디지털 작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하거는 2021년 초 NFT 세계에 진입해 단 6개월 만에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그가 소유한 디지털 작품 컬렉션의 가격은 무려 400만유로(약 56억원)를 넘어섰다. 총투자액은 30만유로(약 4억2000만원)로 투자액 대비 13배가 넘는 자산을 형성했다.

책에는 지난 6개월 동안 NFT 투자를 위해 저자가 어떤 연구를 했는지, 어떻게 투자했는지가 구체적으로 소개된다. 블록체인부터 지갑, 판매 플랫폼 및 암호화폐거래소까지 기본 개념을 비롯해 NFT 커뮤니티의 비밀 언어, NFT 시장 진입을 위한 실용적인 조언 등 투자에 관심을 갖는 초보자들을 위한 정보가 가득하다. 아울러 NFT 시장의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아직 시장이 초기 단계로 기술적인 함정과 사기 가능성이 있는 만큼 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할 점을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단순한 ‘콘서트표 한 장’도 NFT 기술을 통해 투자 자산으로 변모할 수 있다. NFT에 이어 ‘메타버스’라는 또 다른 투자처도 나타났다. ‘투자 혁명의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서점가에 등장하는 각종 투자 관련 책들이 새로운 도전을 부추기고 있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