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주요 백화점 3사가 모두 전년(2020년)보다 매출과 이익이 개선된 양호한 성적표를 내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속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폭발하면서 '오픈런'으로 대표되는 명품 보복소비가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익이 전년보다 훌쩍 뛰었다.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를 비롯한 주요 명품 브랜드 가격 인상과 맞물린 보복소비 수요로 각 백화점의 명품 관련 매출 증가세가 두드러진 결과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매출과 영업익이 각각 8.8%, 6.4% 증가한 2조8880억원, 3490억원을 거뒀다. 지난해 본점·잠실점·부산본점 등이 매출 1조원 점포에 이름을 올리면서 국내 기존 점포 매출 신장률이 두자릿수(11.5%)를 기록했다. 특히 해외패션 매출이 25.5% 뛰어 기존 점포 매출 증가율(11.5%)의 두 배 수준을 기록했다.
신세계백화점의 매출은 5조7933억원으로 24% 늘었다. 강남점을 비롯해 센텀시티점·대구점 등 주요 점포가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하면서 호실적을 거둔 결과다. 국내 1위 백화점 점포인 강남점 매출이 12% 늘었고 센텀시티점(18%)과 본점(34%) 등도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매출과 영업익 모두 4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백화점(대구·광주·대전 별도법인 포함) 4분기 매출과 영업익은 각각 26%, 59% 증가한 6377억원, 1402억원을 기록했다. 명품 매출이 42% 뛰었고 해외(33%) 여성(29%) 남성(28%) 패션 등의 매출 신장세가 돋보였다.
현대백화점 백화점 부문 역시 연간 2조원대 매출을 기록하며 최대 매출을 새로 썼다.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0.2%, 53.5% 뛴 2조1032억원, 3048억원을 올렸다.
명품과 MZ(밀레니얼+Z)세대 유입 및 씀씀이 확대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명품 매출이 38% 뛰어 전체 백화점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해외 명품 중에서도 워치주얼리 매출이 54.2%, 해외 남성패션 매출이 59.6% 증가해 두드러지는 성장세를 보였다. 20대와 30대 고객 수가 각각 86.7%, 54.2% 늘어나면서 관련 매출이 각각 95.8%, 40.3%씩 뛴 점이 눈길을 끈다.
백화점의 활약 덕에 전체 법인 신기록도 쏟아졌다. 현대백화점(연결 기준)의 지난해 매출은 3조5724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신세계는 연간 영업이익이 5000억원을 돌파하며 코로나19 사태 전을 웃도는 신기록을 썼다.
관련 업계에선 백화점 업계의 호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박종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코로나19가 한층 장기화되고 있지만 올 1월에도 백화점 부문의 양호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추가적 방역 강화 조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회복세를 보이는 소비심리가 훼손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