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임상 데이터만 보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신약 승인을 해준 사례는 없습니다. 못 먹는 감을 한 번 찔러나 본 걸까요?”(A사 임상 전문가)
FDA는 10일(미국 시간) 일라리 릴리와 중국 업체 이노벤트 바이오로직스가 공동개발한 면역관문억제제 신틸리맙에 대해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신약에 대해 승인할지를 논의하기 위해 연 자문위원회에서 중국에서만 시행된 임상시험 데이터만으론 허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두고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선 릴리의 시도가 ‘무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8월 릴리와 이노벤트는 FDA에 'EGFR' 또는 'ALK' 변이가 없는 비편평성 비소세포폐암의 1차 치료제로 신틸리맙에 대한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신틸리맙과 릴리의 화학항암제 '알림타' 및 백금화학요법과의 병용요법에 대한 허가신청이었다. 허가를 위해 제출한 근거는 중국 현지에서 중국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데이터였다. 다른 나라 또는 다른 인종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는 없었다.
검토 끝에 FDA는 “단일국가 실험 결과를 다양한 인종이 사는 미국에 적용하는 덴 무리가 있다”며 “신틸리맙은 미국 비소세포폐암 환자에 대한 미충족 요구를 만족시키지 않으며 규제 유연성 내 포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신틸리맙은 중국을 노릴 목적으로 릴리가 이노벤트로부터 기술도입한 '항PD-1' 면역관문억제제다. 당초 릴리는 경쟁의약품(키투르다) 대비 약 40% 더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계획이었다. 때문에 임상시험 또한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우선 다국적 임상 없이 중국에서만 임상을 진행했다. 또 임상에서 필요한 대조군 역시 값비싼 면역관문억제제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화학요법만 사용했다.
키트루다 대비 가격 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큰 의약품 시장인 미국도 한 번 '노크'해 본 것이 아니냐는게 국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이번 FDA의 판단이 미국과 중국 간의 정치적인 기류가 반영된 것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항암 분야의 한 국내 전문가는 “면역관문억제제에 있어 인종간 차이가 나타난다는 과학적 근거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국 중국에서 생산된 데이터는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신약업체들 또한 릴리의 이번 시도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국내 신약벤처에서 임상을 담당하고 있는 한 전문가는 “미국이나 유럽,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적으로 중국에서 임상을 하고 있는 국내 신약벤처는 아마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우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