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공기업 35곳의 정규직 신규채용이 최근 2년 새 반토막났다. 2019년 1만1238명이던 채용 규모가 작년에는 5917명으로 47%나 급감한 것이다. 35개 공기업 중 채용을 줄인 곳이 23개사로 3분의 2에 달했다. 고졸자 채용은 62%나 줄어 전체 신규 채용 감소율보다 높아 취업시장 양극화도 심화됐다.
자칭 ‘일자리 정부’가 부른 당혹스런 결과지만 예고된 일이기도 하다. 채용 부진이 문재인 정부의 ‘1호 공약’ 격인 ‘비정규직 제로(0)’에 앞장서 온 공기업에서 특히 두드러진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4616명의 비정규직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한 코레일의 신규 채용은 2년 전 3964명에서 지난해 1426명으로 64%나 쪼그라들었다. 한전의 채용 규모도 1772명에서 1047명으로 41% 줄었다. 한전 역시 비정규직 5662명을 무더기로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며 ‘비정규직 제로’에 앞장서온 기업이다.
공기업들의 이런 채용감소는 말로만 ‘청년’과 ‘일자리’를 부르짖는 이 정부 일자리 정책의 민낯을 보여준다. 대통령이 취임 직후 헬기로 방문해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상징적 사업장인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신규채용도 149명에서 70명으로 2년 만에 반토막났다. 경마지원직 5496명을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시킨 한국마사회는 41명이던 신규채용이 ‘0명’으로 추락했다.
합격자의 92%가 청년층인 신규 채용이 반토막난 것과 대조적으로 임원 채용은 급증했다. 35개 공기업의 임원 신규 선임은 2019년 45명에서 2020년 53명으로 늘었고, 작년에는 91명까지 치솟았다. 정권 말 임기가 보장된 공기업 임원 자리를 대폭 확대하며 친정부 인사들을 ‘알박기’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낙하산은 고연봉 금융 공공기관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금융 공공기관 8곳에 기관장·감사·이사 등으로 내려간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이 이 정부 출범 이후 63명에 이른다.
공기업의 청년채용 급감과 낙하산 급증은 국가주도 일자리 정책의 폐해를 잘 보여준다. ‘비정규직 제로’는 정규직으로 전환한 일부 비정규직에는 로또가 됐겠지만,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증발시키는 기막힌 반전을 불렀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했지만 결과는 ‘일자리 파괴 정부’가 되고 만 셈이다. 이런 역설이 ‘공기업 노동이사제 도입’ 등의 친노조 정책에서도 언제든지 재연될 것이란 점도 불문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