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계에 대한 이전지출을 늘릴수록 장기적으로 소득 불평등이 확대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부의 이전지출은 실업급여, 보조금과 같이 대가 없이 국민에게 지급하는 돈을 의미한다. 문재인 정부의 실업급여 확대 정책, 재난지원금 지급이 단기적으로는 취약계층의 소비 여력을 늘릴지라도 향후 양극화 심화로 귀결될 것이란 지적이다.
이종하 조선대 무역학과 교수, 김영준 트윈텍리서치 전임연구원, 황진영 한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9일 ‘가계 이전지출과 장기적 소득 불평등 개선 간의 관계’ 논문을 통해 이 같은 결과를 밝혔다. 논문은 10~11일 열리는 ‘2022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논문 저자들은 2008~201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의 가계경상이전지출 비율이 5분위 배율과 10분위 분배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5분위 배율은 소득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커질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10분위 분배율은 저자들이 제시한 개념으로, 소득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40%의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조사 결과 특정 분기의 가계 이전지출이 GDP 대비 0.4% 증가하면 5분위 배율은 매년 평균 0.5%포인트, 10분위 분배율은 0.09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들은 논문에서 “가계 이전지출의 증가가 저소득층의 임시소득을 늘려 당장 필요한 소비에는 유용하게 사용되지만, 장기적인 불평등 개선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저자들은 이 같은 연구 결과가 나온 이유에 대해 “이전지출 증가가 저소득층 가계의 복지 의존성을 높여 저소득층의 장기적인 소득 창출 기회를 제약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전지출 증가가 조세 왜곡으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인구 구조와 산업 구조의 변동을 야기한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았다. 다만 “불평등 개선 목적의 ‘표적화’된 이전지출은 소득 불평등 완화에 도움이 된다”며 “경기 대응 성격의 일회성이거나 무작위적인 이전지출을 지양하고 예측 가능하며 표적화된 방향으로 가계 이전지출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현배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학술대회 토론회에 참석해 30세 미만 청년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300인 이상 대기업의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 교수는 “중·대기업의 고용 창출 여력을 높이는 것이 청년고용 문제 해결에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의진/김익환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