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名品 전략' 통했다…실적 신기록

입력 2022-02-09 17:23
수정 2022-02-17 15:20
신세계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핵심 사업인 신세계백화점의 명품 매출이 급증하며 역대급 실적을 이끌었다. 신세계백화점을 ‘럭셔리 명가’로 탈바꿈시킨 정유경 총괄사장(사진)의 승부수가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백화점이 사상 최대 실적 선봉 역할9일 신세계는 지난해 영업이익 5173억원으로 전년(885억원) 대비 484.6%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사상 최대치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영업이익(4678억원)마저 뛰어넘었다. 매출은 6조3164억원으로 4조3824억원을 기록한 전년보다 32.4% 늘었다.

백화점이 실적 개선의 선봉 역할을 했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매출은 2조1365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622억원으로 전년(1797억원)의 두 배 이상이다. 대구점, 대전신세계 및 광주신세계 등 별도 자회사로 집계되는 지역 거점 점포들도 호실적을 냈다. 대구점 총매출은 전년 대비 47.2%, 광주신세계는 16.2% 증가했다.

명품 브랜드 파워가 그 어느 해보다 강했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에서 명품 부문 매출은 전년보다 44.9% 늘었다. 고가 수입 의류인 해외 패션은 37.0% 증가했으며 여성(22.2%) 남성(20.8%) 패션이 뒤를 이었다.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3대 명품 브랜드를 확보하고 있는 점포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다. 4분기 신세계백화점에서 매출 증가율이 높은 점포는 대구점(47%)과 본점(34%), 센텀시티점(18%), 강남점(12%) 순이었다. 에루샤가 모두 입점한 점포들이다.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대구점은 지난해 3월 3대 명품이 모두 입점했다.◆‘럭셔리 강자’ 구축한 정유경의 승부수 정 총괄사장은 2009년 신세계 부사장으로 취임했을 때부터 럭셔리 경쟁력을 중시했다. ‘한국에서 샤넬 같은 명품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포부로 지난해에는 자체 화장품 브랜드 뽀아레를 출시했을 정도다. 럭셔리에 대한 그의 의지는 신세계백화점을 럭셔리 절대강자로 만들었다. 에루샤를 보유한 신세계백화점 점포는 네 곳인 데 비해 롯데와 현대, 갤러리아 등 경쟁사는 한 곳씩에 그치고 있다.

최근 리뉴얼한 점포들도 명품 및 럭셔리 부문을 대폭 강화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해 리뉴얼을 하며 1층에 화장품 브랜드만 50여 개 모은 국내 최대 럭셔리 화장품 전문관을 구성했다. 명품 브랜드는 2층과 3층을 차지한다. 경기점은 전 점포를 리뉴얼하며 두 개 층을 하나로 뚫어 명품 및 화장품 전문관을 꾸몄다. 신세계백화점의 전체 매출 중 명품 비중은 2019년 16.7%에서 지난해 25.7%까지 커졌다.

정 총괄사장이 2020년 퇴임한 손영식 전 신세계면세점 대표를 지난해 말 그룹 정기 인사에서 신세계 대표로 다시 불러들인 것도 럭셔리 경쟁력을 지키겠다는 강한 메시지로 읽힌다. 손 대표는 백화점 시절부터 ‘명품통’으로 불린 럭셔리 전문가다. 2016년 신세계면세점 대표로 취임한 후에는 롯데 신라를 제외하고 신규 면세점 중 유일하게 3대 명품 브랜드를 유치했다.

최근 신세계는 럭셔리 플랫폼을 온라인으로 확장하고 있다. 거래금액이 크지만 가품도 많은 명품 온라인 시장은 신뢰도를 한번 보장받으면 충성 소비자를 끌어모을 수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럭셔리 경쟁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맞춰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며 “상반기에 쓱닷컴 신세계백화점몰에 해외 브랜드 전문관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