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협력업체 위험성 평가도 필수…개선조치 기록 5년 보존해야"

입력 2022-02-09 11:00
수정 2022-02-09 11:26
“도급?협력업체 사업주도 수급업체와 함께 위험성 평가를 반드시 해야합니다.”

신인재 법무법인 광장 수석전문위원은 8일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대응방법과 사례 분석’ 웨비나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신 수석은 “실질적 지배?운영?관리하고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도급?협력업체도 중대재해법 관리 대상이 된다”며 “심지어 폐기물처리작업차 사업장 방문, 나뭇가지치기 작업 등 1회성 작업도 해당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안전보건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웨비나는 한국경제신문과 법무법인 광장, 한국HR포럼(KHR)이 공동 개최했다. 지난달 27일 중대재해법 시행 후 로펌업계에서 처음 열린 웨비나다. 작년 12월 《광장 변호사들이 알려주는 궁금한 중대재해처벌법》 무크(비정기 간행물) 발간한 한경이 법 시행 직후 현장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혼란, 궁금증에 대한 실질적인 해답을 제공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위험성 평가 후 개선조치 기록 5년간 보존해야”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경영 책임자가 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등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경우 처벌하도록 하는 법률이다. 중대산업재해란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재해 중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경영책임자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법인에게도 사망사고 발생 시 5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지난달 27일 시행된 이 법은 상시근로자수 50인 이상 기업에 적용된다. 2024년부턴 50인 미만 기업에도 적용된다.

신 수석은 “상시근로자수란 회사의 전체직원을 말한다”며 “일용직, 계약직을 불문하고 회사의 모든 근로자를 포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협력업체 근로자 수는 상시근로자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안전보건조치는 취해야 한다. 신 수석은 “협력업체, 단기작업에 대한 안전보건시설 미설치, 안전보건장구 미지급은 ‘불충분한 예산’의 주요지표가 될 수 있다”며 “중대재해 발생 시 처벌 근거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의 위험성 평가 후 개선조치 기록은 5년 간 보존하라는 조언도 있었다. 신 수석은 “만약 사고가 발생했을 때 회사가 중대재해 방지를 위해 노력해왔느냐가 주요 쟁점이 된다”며 “그동안의 개선조치 기록들이 이에 대한 증거자료가 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사고 발생 시 초동대응 중요”신 수석에 이어 ‘형사사건 대응방안’에 대해 강의한 배재덕 변호사는 “중대재해법은 산안법과 달리 경영책임자에 대한 압수수색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때문에 사고 발생 시 초동대응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배 변호사는 “무엇보다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합의 혹은 형사공탁에 대한 적극적 활용이 중요하다”며 “신속하게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사고 발생 후 안전보건 관련 서류 수정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배 변호사는 “사고 후 서류에 손을 대면 수사기관으로부터 서류 위변조로 의심을 받게 된다”며 “사고 발생 시 의뢰인에게 서류에 손대지 말라고 항상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각종 자료, 직원 진술 등에 대한 회사 차원의 일원화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도 짚었다. 사고 직후 고용부, 경찰, 지자체 등 다양한 기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조사 및 수사에 나서는 만큼 초기에 회사 측의 입장과 다른 이야기가 나갈 경우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배 변호사는 “PC, 노트북, 핸드폰 등이 사건의 형태 좌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자료 제출 창구 일원화하고 변호사 초기부터 투입해 대응토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 뜨거운 열기… 질문 수십개 쏟아져이날 웨비나에는 주요 기업 안전분야 실무자 200여명이 참석해 질문을 쏟아냈다. 두 시간만에 50개가 넘는 질문이 몰릴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한 유통기업 관계자는 “마트 안에서 협력사 판촉직원이 제품 진열을 하다가 사고를 당하면 책임 소재가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진창수 변호사는 “협력사 판촉직원은 사업장인 마트에서 제품 판매와 관련한 대가를 목적으로 노무를 제공하기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한 종사자에 포함된다”며 “마트가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는데 선반에 있는 물건이 떨어지거나 바닥이 미끄러워서 판촉사원이 사고를 당하면 경영책임자가 처벌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 변호사는 “마트의 시설관리를 맡은 용역직원이 일상적인 업무를 하다 발생한 사고 역시 같은 이유로 중대재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답했다.

“외국기업 경영자가 국내 4개 사업장을 경영하면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냐”는 질문도 나왔다. 배재덕 변호사는 “외국인은 형법제2조에서 말하는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국내에서 죄를 저지르면 국내 형법에 따라 처벌받기 때문에 중대재해법도 똑같이 적용된다”며 “국내기업 근로자가 외국 사업장에서 중대재해로 사망해도 해당 기업이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무직과 서비스직 종사사의 과로사나 우울증도 중대재해법과 연관이 있냐”는 문의에는 “가능성이 낮다”는 답이 나왔다. 진 변호사는 “과로사는 법적 근무시간을 준수했다면 적용이 어렵고, 산업재해로 인정됐더라도 안전보건관리체계 여부와도 인과관계가 있어야 적용할 수 있다”며 “우울증이나 직장 내 괴롭힘에 따른 자살도 같은 이유로 중대재해법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

“출장 중 자동차 사고가 나도 중대재해인가”, “유해화학물질 운송 중 교통사고로 시민이 다치거나 사망하면 중대재해인가” 등 자동차 사고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배 변호사는 “회사가 제공한 차의 정비 부실, 차량에 장착된 운반용기 결함으로 발생한 사고라면 중재재해로 인정될 수 있다”며 “관리상 결함 없이 운전자나 제3자의 과실에 따른 교통사고는 중대재해에 포함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참가한 기업 실무자들은 웨비나 종료 후 “만족스러웠다”는 호평을 내놓았다. 올해 유한양행 안전보건 담당을 맡게 된 천갑룡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안전보건 분야의 문외한이었는데 이번 웨비나가 많은 공부가 됐다”며 “기업 중대재해 전담조직의 보고가 어떤 방식으로 구체적으로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진석/김진성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