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뉴가 못한 '4회전 점프'…차준환 완벽 연기

입력 2022-02-08 17:33
수정 2022-02-09 00:12
점프는 깔끔했고 스핀은 유려했다. 경쾌한 스텝은 음악을 리드하며 연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간판’ 차준환(21)이 8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한 연기를 펼치며 10위권 진입 청신호를 켰다. 총점 99.51점으로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전체 4위로 프리스케이팅에 진출했다. 한국 남자 싱글 선수가 올림픽 쇼트프로그램에서 5위 안에 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차준환은 이날 출전 선수 29명 중 23번째로 무대에 섰다. 팬들이 추천해준 ‘페이트 오브 더 클록메이커(Fate Of The Clockmaker)’ 선율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 그는 첫 번째 연기 과제인 4회전 점프 쿼드러플 살코를 깔끔하게 성공했다. 자신의 필살기로 기본점수 9.70점과 수행점수 3.33점을 받았다. 이후 기본점수 10.80점의 트리플 러츠-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완벽하게 소화해냈고 첫 비점프 과제인 플라잉 카멜 스핀에서도 레벨4를 받았다. 이후 마지막 점프 과제인 트리플 악셀까지 완벽하게 수행해 가산점까지 챙겼다.

점프 과제를 모두 성공한 차준환은 풋 싯 스핀, 스텝 시퀀스,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을 모두 레벨4로 처리하며 베이징올림픽 첫 무대를 마무리했다. 연기를 마친 그는 오른손으로 주먹을 불끈 쥐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날 차준환은 기술점수(TES) 54.30점과 예술점수(PCS) 45.21점을 받았다. 지난달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기록한 자신의 쇼트프로그램 개인 최고점(98.96점)을 뛰어넘은 점수가 나오자 차준환은 발을 동동 구르며 기뻐했다. 그는 “4년 만에 돌아온 올림픽이고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에 이 순간을 즐기려 했다”며 “긴장도 되고 떨렸지만 평소 연습한 대로 나 자신을 믿고 연기를 수행했다. 올림픽인 만큼 더 만족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팬들이 응원해주시고 사랑해주신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최선을 다해 후회 없이 즐기겠다”고 다짐했다.

차준환은 1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사상 첫 톱10은 물론 첫 메달에 도전한다.

세계의 이목이 쏠렸던 ‘세기의 라이벌’ 네이선 첸(23·미국)과 하뉴 유즈루(28·일본)의 1차전은 첸의 승리로 끝났다. 첸은 113.97점을 받아 하뉴가 보유했던 종전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세계기록(111.82점)을 넘어섰다. 그는 쿼드러플 플립, 트리플 악셀, 쿼드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등 고난도 점프를 모두 깔끔하게 처리해 1위로 프리프로그램에 진출했다. 하뉴는 첫 번째 점프인 쿼드러플 살코를 수행하지 못해 95.15점으로 8위에 그쳤다.

차준환에 앞서 출전한 한국 피겨 ‘기대주’ 이시형(22)은 TES 30.75점, PCS 35.94점에 감점 1점을 받아 총점 65.69점을 기록해 프리스케이팅 진출에 실패했다. 연기 후반부 트리플 러츠 콤비네이션 점프를 시도하다 넘어지는 바람에 그 뒤에 붙이는 트리플 토루프 점프를 하지 못해 점수가 깎였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