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발전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을 타고 다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이다. 하지만 단점도 뚜렷하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드넓은 평야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공간 확보를 위해선 산을 깎고 나무를 베어 내야 해 자연을 훼손한다. 설치 비용도 만만치 않다. 소프트피브이는 이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실마리를 제시한 스타트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건물을 포함한 모든 인공 구조물에 부착해 손쉽게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서다.
2017년 설립된 소프트피브이의 핵심 기술은 ‘구(球)형 솔라모듈’이다. 솔라모듈은 태양광 패널의 최소 단위다. 이 솔라모듈을 이어 붙여 패널을 만든다. 구형 솔라모듈로 제작된 태양광 패널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정하게 태양광을 흡수할 수 있다. 해가 어느 곳에 떠 있어도 동그랗게 생긴 모듈이 시간대에 맞는 각도로 태양광을 받기 때문이다. 안현우 대표(52)는 “평면으로 만든 기존 패널은 태양 이동에 따라 태양광 입사각이 달라져 매 시간 다른 양의 에너지를 생산한다”며 “구형 솔라모듈을 이용하면 이 한계를 극복해 발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효율성을 토대로 소프트피브이는 태양광 패널을 투명하게 만들 수 있다. 구형 솔라모듈은 에너지 효율이 높아 패널을 제작할 때 단위면적당 필요한 솔라모듈이 적다. 이 때문에 모듈을 듬성듬성 배치할 수 있다. 솔라모듈을 구형으로 압축한 덕에 빈 공간이 생기면서 투명도를 확보한 것이다. 솔라모듈 하나는 1~2㎜ 크기로 참깨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듬성듬성 배치하면 사람 눈에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안 대표는 “고객 요구에 따라 투명도를 10~90% 수준까지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명한 태양광 패널은 다양한 구조물에 응용할 수 있다. 통유리로 된 건물에 붙여 건물 안에서 밖을 볼 수 있게 하면서도 발전할 수 있다. 가로등, 교량 등 어느 형태의 물체에 패널을 붙여도 이질감이 없다. 최근에는 시제품으로 인공나무 솔트리아도 만들었다. 투명한 태양광 패널을 나뭇잎 모양으로 제작해 발전하는 방식이다. 한 나무에 수천 개의 나뭇잎 패널이 겹겹이 있어도 패널이 투명해 맨 아래에 있는 패널도 태양광을 받아 발전할 수 있다.
화학공학박사인 안 대표는 과거 LG화학에 근무하며 에너지 인프라 분야 경력을 쌓았다. 그러던 중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관심을 갖고 개인적으로 연구에 돌입해 2013년 구형 솔라모듈로 국내외 특허를 받았다. 이후 소프트뱅크에서 안 대표 특허의 혁신성을 알아보고 투자금 30억원을 지원한 것을 계기로 회사를 나와 창업에 나섰다. 소프트피브이의 기술은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에선 2021년에 이어 2022년 두 해 연속 ‘CES 혁신상’을 받는 등 대외적으로도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안 대표는 “시대적 흐름으로 봤을 때 에너지 분야에서 기술 혁신이 꼭 필요하다고 봤다”며 “관련 분야 전문가들을 수소문했고 의기투합해 창업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비싼 설치비’는 기술 상용화를 위해 소프트피브이가 넘어야 할 과제다. 제조 난도가 높아 평면 솔라모듈의 10배에 가까운 비용이 든다. 발전 효율이 약 두 배인 것에 비하면 높은 생산 단가다. 안 대표는 “3년 내 평면 솔라모듈의 1.5배까지 제작 비용을 줄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