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했던 ‘배추 보이’ 이상호(27·사진)가 ‘100분의 1초’ 차이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이상호는 8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의 겐팅 스노우파크에서 열린 스노보드 알파인 남자 평행대회전 8강전에서 빅 와일드(러시아올림픽위원회)에게 0.01초 차이로 패했다. 그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 이 종목 준결승에서 0.01초 차이로 상대를 제치고 결승에 올라 은메달을 차지했으나 이번엔 100분의 1초에 발목이 잡혔다.
평행대회전은 스노보드를 타고 스피드를 겨루는 스노보드 알파인 종목 중 하나다. 2021~2022시즌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알파인 부문 종합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상호는 이번 대회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다. AP통신도 메달 전망에서 이상호를 우승 후보로 지목했다. 그러나 준결승 길목에서 예상하지 못한 일격을 당하면서 입상마저 불발됐다.
한국 선수단은 메달 획득이 유력했던 쇼트트랙 남자 1000m 등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판정으로 탈락하는 등 아직까지 메달을 따지 못하고 있다. 이상호가 첫 메달을 가져다주길 바랐으나 뜻밖의 탈락으로 개막 이후 5일째 메달 소식을 전하지 못하게 됐다.
이상호는 이날 예선에서 1, 2차 시기 합계 1분20초54를 기록해 출전 선수 32명 중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예선 통과 순위가 높은 선수가 코스 선택권을 얻기 때문에 무난히 메달권을 향해 레이스를 펼칠 것으로 예상됐다. 16강에선 예선 16위 이탈리아의 다니엘레 바고자를 0.92초 차로 제치고 8강에 진출했다.
그러나 16강에서 또 다른 우승 후보인 디미트리 로지노프(러시아올림픽위원회)를 누르고 올라온 와일드의 상승세를 꺾지 못했다. 레드 코스를 선택한 이상호는 경기 마지막까지 와일드와 100분의 1초를 놓고 다퉜으나 와일드의 스노보드가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 종목에 함께 출전한 김상겸(33)은 24위를 기록했다. 여자부의 정해림(27)은 18위에 그쳐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