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중국광핵그룹(CGN)의 자국 내 원자로 설계를 승인했다. 지난해 7월 1차 검토를 마치고 진행이 중단된 뒤 7개월 만이다. 이번 승인으로 중국의 원자력 기술 수출 물꼬가 트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현지시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환경부와 원자력규제당국은 영국 남동부 브래드웰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중국 설계 원자로를 승인했다. 더타임스는 “브래드웰 B 프로젝트가 환경 허가를 받을 수 있다면 영국에서 원자로를 건설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영국 행정부는 에너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값비싼 수입 천연가스 대신 원자력과 같은 전기 공급원에 더 의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중국 국유기업인 CGN은 2017년부터 영국 정부와 에섹스 지역에 브래드웰 B 원자로 건설을 협의해왔다. CGN 등 중국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화룽1(HPR1000)’ 기술을 적용할 방침이었다. 2015년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원전 협정의 일환이었다. 지난해 7월 1차 검토까지 이뤄졌다.
하지만 홍콩 신장위구르자치구 등에서의 인권 문제를 둘러싸고 양국 관계가 악화됐다. 결국 작년 7월 말 영국 정부가 향후 모든 원전 건설 사업에서 CGN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고, 이번 조치가 나오기 전까지 절차가 중단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승인이 중국 원자력 기술에 대한 서방의 승인이라며 중국의 기술 수출 속도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타임스와 인터뷰한 에너지 회사 임원은 “CGN 원자로 설계 승인은 원자력 기술에서 중국을 제외하려는 영국의 결정에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원전 기술을 세계 각국에 수출하려는 중국의 희망을 키우는 결정”이라고 했다.
보수당 의원들은 중국의 개입이 늘어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알리시아 컨스 보수당 의원은 “중국 공산당 소유 기업을 우리의 주요 인프라에 끼워넣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며 “정부가 CGN의 참여를 막는 것을 촉구하도록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