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을 매입하기 좋은 시기”라고 응답한 미국인이 역대 가장 적은 네 명 중 한 명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집값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은 데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오르고 있어 매수 심리가 얼어붙었다는 분석이다. 과열된 미국 부동산 시장은 올해 안정을 되찾겠지만 공급 제약으로 오름세는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인, ‘내 집 마련’ 꿈 포기했나미국 국책 모기지 보증기관 패니메이는 7일(현지시간) 미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지난달 설문조사를 공개했다. 조사에 따르면 ‘주택을 사기 좋은 시기’라고 답한 비율이 역대 최저인 25%로 집계됐다.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비율이다. 1년 전(52%)에 비해선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반면 ‘집을 팔기 좋은 시기’라는 답변은 12년 만에 최고인 69%였다. 패니메이가 매달 조사하는 주택구매심리지수(HPSI)는 지난해 12월보다 2.4포인트 떨어진 71.8로 2020년 5월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미국인의 주택 매입 심리가 움츠러든 것은 과도한 집값 상승세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미국에선 주택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았지만 넓고 쾌적한 집으로 이사하려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집값이 뛰어올랐다. 미 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주택의 중위 가격은 34만6900달러(약 4억1540만원)로 전년보다 16.9% 상승했다. 초저금리 기조로 30년 만기 모기지 평균 금리(고정금리 기준)가 연 2%대로 내려앉은 것도 매수세에 기름을 부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인의 집값 마련 창구인 30년 만기 모기지 평균 금리가 오르며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미 국책 모기지 보증기관 프레디맥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1주일간 30년 만기 모기지 평균 금리는 연 3.55%로 1년 전(연 2.73%)에 비해 0.82%포인트 올랐다. 블룸버그통신은 “집값 급등과 모기지 금리 상승, 직업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겹쳐지면서 잠재적 구매자들이 내 집 마련을 단념하고 있다”고 했다. 美 집값 상승세는 둔화할 듯집값 급등으로 인한 피해는 젊은 층에 집중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더그 던컨 패니메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예상은 다른 집단보다 젊은 층에서 많았다”며 “거시경제에 대한 이들의 시각이 비관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집값 상승과 매물 감소로 미국 중산층이 구매할 수 있는 가격대의 주택 수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연 소득 77만5000~10만달러인 가구가 구입할 수 있는 주택 수는 2년 전에 비해 41만1000가구 감소했다. 30년 만기 모기지로 대출을 받고 주거 관련 비용이 소득의 30%보다 적다는 가정하에서다.
올해 미국의 집값 상승폭은 작년보다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로렌스 윤 미국공인중개사협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30년 만기 모기지 평균 금리가 올 4분기 연 3.8%에 달할 것”이라며 “올해 주택 가격 상승률은 약 5%로 정상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부동산중개업체 브라운해리스스티븐스의 그레고리 헤이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건설업체들이 빠르게 집을 지을 수 없기 때문에 공급 부족으로 인한 집값 상승은 몇 달 안에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