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도둑 맞아"…'대선의 핵'으로 떠오른 반중 정서 [조미현의 국회 삐뚤게 보기]

입력 2022-02-08 11:05
수정 2022-02-08 11:24

대한민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들이 지난 7일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됐습니다. 이에 따라 국민적인 분노가 거세진 상황입니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두고 '반중(反中) 정서'가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SNS에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편파 판정에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우리 선수들이 기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실력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한 우리 선수단 여러분이 진정한 승자"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중국의 더티 판정으로 무너져 내렸다"며 "쇼트트랙 편파 판정으로 우리 선수들의 금메달을 도둑맞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안 후보는 중국에 대한 보다 직접적인 비판도 내놨는데요. 안 후보는 "세계인을 초청해놓고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며 자기들 이익만을 편파적으로 추구한다면, 이번 동계올림픽은 세계인의 축제가 아니라 중국만의 초라한 집안 잔치로 끝나고 말 것"이라며 "중국은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 스포츠인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코로나 재난 속에서 세계 각국의 많은 시민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보며 희망을 찾고 있다"면서도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올림픽 정신이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윤 후보는 안 후보처럼 중국에 대한 강한 비판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실 반중 정서는 문재인 정부 들어 누적돼온 측면이 강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중국에 처음 방문하면서 중국을 "높은 산봉우리", "대국"이라고 치켜세우고 한국을 "작은 나라"라고 지칭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사드 문제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중국 끌어안기'에 나섰다고 했지만, '굴욕 외교'란 평가도 적지 않았습니다.

여야 후보는 공약에서 차별성이 거의 없지만, 외교·안보 분야만큼은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지난 4일 처음으로 열린 대선 후보 4자 토론에서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3불(不) 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3불 정책은 △사드 추가 배치 불가 △미사일방어(MD) 체계 불참 △한·미·일 군사동맹 불참을 뜻하는데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자주권을 잃어버리는 심각한 수준의 얘기"라고 지적하자 이 후보는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 관계에서 우리가 벗어날 수 없어 가급적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답했습니다.

윤 후보는 집권 후 '미국→일본→중국→북한' 순으로 정상을 만나겠다고 하면서 "민주당 집권 기간 친중·친북 굴종외교를 너무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다면 반중 정서는 표심에 영향을 얼마나 미칠까요?

전문가들은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반중 정서가 강한 보수 지지층이 결집하고, 부동층 일부가 투표장에 나올 유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지난 총선 때도 반일 정서가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며 "우리나라 국민은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촉발된 반중 정서가 대선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지,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 주목됩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