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다시 복귀했다. 1월 물가 지표 발표 등으로 당분간 1200원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수준이 고점으로 원·달러 환율은 하락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3.70원 상승한 1200.70원으로 마감했다.
미국 고용지표 호조에 중앙은행(Fed)의 긴축이 가속화 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됐다. 1월 비농업 부문 고용자 수는 46만7000명 증가하면서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15만명 증가)를 크게 웃돌았다. 실업률은 4.0%로 전월과 시장 예상치인 3.9%를 소폭 웃돌았다. 경제활동 참가율은 임금 상승세에 힘입어 기존 61.9%에서 62.2%로 개선됐다.
오는 10일 발표되는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달러 강세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추가로 확인될 경우, Fed의 매파적 행보가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문가들이 1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7.2%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전월 대비 상승률 전망치는 0.4%로 상승세는 소폭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2월 CPI는 전년 동기 대비 7.0% 올랐으며, 전월 대비 상승률은 0.5%를 기록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비농업 취업 변동 수가 예상을 웃돌면서 Fed의 긴축은 정당성을 얻을 것"이라며 "물가지표도 최근 발표된 ISM 구매물가지수처럼 상승할 것으로 보이면서, 달러화는 상승 국면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달러가 추가로 강세를 보이기보다는 당분간 등락을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로존도 이전보다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며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유로화 약세가 이전보다 제약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달러화는 강보합권 내 등락을 보일 것"이라며 "당분간 원·달러 환율은 1200원 내외의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 4일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 결과를 설명하기 위한 기자회견에서 유로존의 실업률이 역대 최저치로, 인플레이션에 대해 매우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올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것이냐는 질문엔 "상황을 매우 신중하게 평가하고 '지표에 따를 것(data-dependent)'"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유로화는 2.67% 급등하면서 1.14달러(지난 4일 종가)로 다시 진입했다. 달러인덱스는 전주대비 1.84% 하락한 95.5를 기록했다.
향후 원·달러 환율은 하락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안영진 S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제부터 외환시장의 민감도는 Fed보다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나올 수 있다"며 "ECB 통화정책회의 직후 유로 강세·달러 약세가 가볍게 보이지 않았는데, 원·달러 환율도 1200원 고점 인식 후 현재 기준 아래쪽을 향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ECB가 시장 예상보다는 점진적인 정상화를 도모할 가능성이 있다"며 "달러화는 당분간 현 수준 유지에 무게를 두며, 하반기 달러약세 전환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