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기업이 미국의 최대 스포츠 행사 중 하나로 꼽히는 슈퍼볼의 주요 광고주로 나섰다.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 광고에 막대한 광고 예산을 투입할 수 있을 만큼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최대 암호화폐거래소인 코인베이스를 비롯해 FTX, 크립토닷컴 등 암호화폐 관련 기업이 슈퍼볼 광고를 계획하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는 13일 열리는 제56회 슈퍼볼에서는 NFL의 로스앤젤레스 램스와 신시내티 벵골스가 맞붙어 최종 승자를 가린다. 캐나다 암호화폐거래소인 비트바이도 캐나다 중계 시 나오는 광고를 하기로 했다.
미국인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만큼 슈퍼볼 광고는 가장 비싼 마케팅 수단으로 통한다. 이번 슈퍼볼에서 NBC방송을 통해 30초간 광고하려면 최대 700만달러(약 84억원)가 든다. 비싼 비용 때문에 그해 가장 ‘잘나가는’ 기업이 새롭게 슈퍼볼 광고주 대열에 합류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에는 주식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를 비롯해 코로나19를 계기로 빠르게 성장한 기업이 슈퍼볼 광고를 해 화제를 모았다.
암호화폐 기업이 슈퍼볼 광고에 나서는 이유는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슈퍼볼 광고를 감당할 만큼 자금력도 있다. 지난해 미국 벤처캐피털(VC)은 암호화폐산업에 사상 최대인 300억달러를 투자했다. 암호화폐 거래가 급증하면서 거래소 실적도 좋아졌다.
슈퍼볼 전에도 암호화폐 기업은 스포츠 마케팅에 적극적이었다. 크립토닷컴은 포뮬러원(F1) 등에 광고를 집행했다. FTX는 미국프로농구(NBA)의 마이애미 히트와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컨설팅회사 IEG는 올해 북미에서만 암호화폐 기업의 스포츠 마케팅 비용이 1억6000만달러 이상으로 불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암호화폐 기업에 대한 거품 경고도 나온다. WSJ는 “닷컴버블이 한창이었던 2000년 열린 슈퍼볼에서 광고한 인터넷 기업 중 상당수가 파산했다”며 “(이번 슈퍼볼 광고에 나선) 암호화폐 기업에 경고의 표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