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은 한국 동계 스포츠의 새 역사를 쓰는 날이 될까.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 중인 한국 대표팀의 ‘배추보이’ 이상호(27·사진)가 스노보드에서 설상 경기 최초의 금메달을 정조준한다. 피겨스케이팅에서는 사상 첫 ‘톱10’을 노리는 차준환(21)이 쇼트 프로그램을 연기한다. 두 선수 모두 4년 전 평창 올림픽에서 자신들이 세웠던 기록을 넘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스노보드 알파인 평행대회전은 가파른 경사를 빨리 내려오는 속도를 겨루는 종목이다. 0.01초 차이로 순위가 뒤바뀐다. 이상호는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의 겐팅스노우파크에서 열리는 스노보드 알파인 남자 평행대회전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2018년 평창 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그는 한국 스노보드 사상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다. 아버지 손에 이끌려 고향인 강원 정선의 고랭지 배추밭에서 스노보드를 시작한 그에게는 ‘배추보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2020년 1월 어깨 수술과 지난한 재활 훈련이라는 복병을 만났지만 이상호는 전진을 멈추지 않았다. 올 시즌 눈부시게 날아올랐다. 일곱 차례의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대회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따내며 평행대회전과 평행회전 경기 성적을 합산한 남자부 종합 순위 1위에 올랐다. AP통신은 이상호를 금메달 후보로 지목했다.
차준환은 한국 피겨의 ‘전설’ 김연아 이후 가장 주목받는 스타 중 하나다. 4년 전 평창 대회에 피겨 대표팀 막내로 출전했던 17세의 앳된 소년은 이제 스물한 살 청년이 됐다. 평창 대회 당시 차준환은 한국 남자 싱글 역대 최고인 15위를 기록했다.
4년 만에 다시 선 올림픽 무대. 차준환은 4회전 점프의 완성도를 높여 돌아왔다. 그는 지난 5일 중국 수도체육관에서 공식 훈련을 마친 뒤 “쇼트프로그램에서 쿼드러플 살코, 프리스케이팅에서 쿼드러플 살코와 쿼드러플 토루프를 뛰기로 했다”고 밝혔다. 4회전 점프는 3회전(트리플) 점프보다 배점이 훨씬 높다. 트리플 살코는 기본 점수가 4.3점이지만 쿼드러플 살코는 9.7점으로 훌쩍 높아진다.
자신감은 또 다른 무기다. 지난달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열린 국제빙상연맹(ISU) 4대륙선수권대회 남자 싱글에서 개인 공인 최고점인 273.22점을 기록하며 우승했다. 그는 이 무대에서 쿼드러플 살코를 성공하며 강한 자신감을 얻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