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으로 한전 부채 10조원 증가…전기요금 44% 오를 것"

입력 2022-02-07 13:52
수정 2022-02-07 13:55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지난 5년간 한국전력의 부채가 10조원 넘게 늘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값싼 에너지원인 원자력 발전을 의도적으로 줄이고 상대적으로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늘렸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탈원전 정책을 계속 유지하면 정부가 탄소중립 정책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전기요금이 2030년까지 44%나 오를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는 7일 '에너지전환 정책이 초래한 한전의 위기와 전기요금 인상 압박'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에교협은 '합리적 에너지 정책'을 추구한다는 목적을 갖고 2018년에 출범한 단체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꾸준히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현재 62개 대학에서 260여 명의 교수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이날 발표를 맡은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지난 5년간 한국전력의 부채 증가분 34조4000억원 가운데 탈원전 정책 요인이 10조원이 넘는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가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중단시키고 원전 이용률을 낮추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발전단가가 비싼 LNG 발전이 늘었기 때문이다.

원전이용률은 2015년 85.3%, 2016년 79.7%에 달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71.2%로 떨어졌다. 심 교수는 "2017~2021년 5년 평균 원전 이용률은 71.5%로 미국의 원전 이용률 92.5% 대비 20%포인트 이상 낮다" 며 "정부가 안전 확보를 명분으로 원전을 멈춰세워 평균 정비 소요기간이 2.5개월에서 5.5개월로 늘어나고 연평균 호기당 정지일수가 52일에서 103일로 증가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지난 5년간 평균 전력 공급원가는 2016년 ㎾h당 85원에서 지난해 93원으로 9% 증가했다. 원전 발전 비중은 2016년 30%에서 △2017년 26.8% △2018년 23.4% △2019년 25.9% △2020년 29% 등으로 떨어졌다. 심 교수는 원자력 발전 비중을 2016년과 같이 30%로 유지했다면 한전이 지난 5년 동안 10조2000억원의 손실을 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작년 10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낮춘다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을 발표했다. 에교협은 탈원전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서 NDC 상향안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까지 높이면 전기요금이 39~44%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 교수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설비용량을 태양광(124GW), 풍력(12.5GW), 에너지저장장치(ESS·411GWh)로 가정하고 1년 8760시간 전력공급 모의를 통해 2030년 전기요금이 2020년 대비 44%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종호 서울대 원자력미래기술정책연구소 박사는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정부가 내세운 풍력발전 설비용량을 17.7GW로 가정하고 하루치 최대 잉여전력 저장을 위한 ESS 설비 용량을 274GWh로 계산해 전기요금이 39%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탈원전 정책에서 벗어나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는 동시에 가동 중인 원전을 중단하지 않고 계속운전을 추진해 원전 운영을 정상화할 경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전기요금 인상 폭은 2030년까지 14~22%에 그칠 것으로 에교협은 예상했다.

2050년을 기준으로 보면 심 교수는 탈원전 정책을 계속 추진할 경우 2050년 전기요금이 2020년 대비 2.76배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기 생산이 간헐적으로 이뤄지는 재생에너지 발전 방식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꼭 필요한 ESS 마련 비용이 1440조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반면 탈원전 정책을 철회하고 2050년 원전 발전 비중을 30.3%로 유지하면 2050년 전기요금은 2020년 대비 57% 인상하는 데 그칠 것으로 심 교수는 내다봤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