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유동화증권 발행 규모가 처음으로 500조원을 돌파했다. 유동화증권의 기초자산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정기예금 등에 돈이 몰리면서 올해도 발행시장 활황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4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유동화증권 발행금액은 530조2481억원으로 전년(485조3369억원)에 비해 9.25% 증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장기 유동화증권이 38조6000억원,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저당증권(MBS)은 34조5000억원,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등 단기 유동화증권은 457조2000억원어치 발행됐다. 유동화증권이란 기업이 갖고 있는 자산을 떼어내 증권화시켜 시중에 유통하는 것을 말한다.
유동화증권 발행금액은 2018년 이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시장 참여자들은 올해도 유동화증권 발행 규모가 10% 안팎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PF와 정기예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사모 형태의 자산유동화(AB)사채 발행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상법상 유동화회사가 발행하는 AB사채는 2012년 4월 상법 개정 후 본격적으로 발행되기 시작했다.
김종각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AB사채는 특정 투자자를 대상으로 사모 방식으로 주로 발행된다”며 “규제가 강화된 ABCP와 달리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없고 신용등급 공시에 대한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발행사들이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B사채에서 자산유형이나 신용등급이 공시되지 않는 사모사채 비중이 전체 AB사채 발행금액의 80.3%(지난해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김 실장은 “수도권 주택 부족이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유력 대선 주자들도 주거용 부동산 공급을 확대하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며 “부동산 PF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유동화증권 시장은 당분간 활황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금리 인상이 본격화된 이후 정기예금에 돈이 몰리고 있는 데다 신용등급이 A1인 단기 유동화증권을 찾는 투자자가 많아 정기예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유동화증권 발행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