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식료품 가격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공급망 병목현상에 에너지 가격 급등과 이상 기후 등이 겹친 영향이다. 재정이 부족한 빈곤국에서는 경제 침체에 식량 위기까지 더해져 사회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매달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FFPI)가 지난달 135.7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아랍의 봄’ 사태로 국제 식량 가격이 급등했던 2011년 이후 최고치다. 콩이나 야자 등으로 만드는 식물성 기름 가격지수는 FFPI가 처음 발표된 1990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FFPI는 곡물, 식물성 기름, 유제품, 육류, 설탕 등 5개 상품의 국제거래 가격을 종합해 산출된다. 지난달 곡물, 식물성 기름, 유제품, 육류 가격지수는 모두 전달보다 올랐다.
NYT는 국제 식료품 가격이 급등한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공급망 문제와 더불어 이상 기후 현상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전했다. 미국 아르헨티나 브라질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주요 농산물 생산국에선 최근 가뭄 등 이상 기후가 지속되고 있다.
에너지 가격 급등과 컨테이너 부족으로 물류 가격도 오르고 있다. 식료품 수출 등에 사용되는 컨테이너 가격은 1년 전보다 평균 170% 상승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화한 것도 식료품 가격을 끌어올리는 이유로 꼽힌다.
식료품 가격 인상은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가계 소득에서 식료품 구입 비율이 50~60%를 차지하는 남미와 아프리카 국가가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모리스 옵스펠드 선임연구원은 “신흥국에서 사회적 불안정이 급속도로 확산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크리스천 보그먼스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는 “밀과 옥수수 생산국인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충돌이 발생하거나 이상 기후 현상이 심해질 경우 식료품 가격은 더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