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가 빅테크의 올해 1분기 가이던스(실적 전망치)에 출렁이고 있다. 올해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면서 기업이 당장 이익을 얼마만큼 낼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고, 투자자들이 실적 전망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3일(현지시간) 아마존의 주가 움직임에서 대표적으로 관측됐다. 장 마감 이후 실적을 발표한 아마존의 주가는 정규장에서 7.81% 폭락했다. 실적이 나오기도 전에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선 것이다. 앞서 아마존은 공급망 혼란, 인력난 등의 여파로 4분기에 영업이익을 내지 못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반대였다. 아마존은 4분기 주당순이익(EPS) 27.75달러를 거두며 월가의 예상(3.63달러)을 크게 웃돌았다. 아마존의 ‘캐시카우’로 불리는 클라우드 서비스 부문 매출은 전망치(173억7000만달러)를 상회하는 178억달러를 기록했다. 아마존은 상품을 무료로 배송해주는 유료 멤버십 ‘프라임’의 연회비를 119달러에서 139달러 올린다고도 발표했다. 이익 증대로 직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적 발표 직후 아마존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14% 이상 급등했다.
이번 어닝 시즌에서 뉴욕증시의 변동성이 극에 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가총액이 수천억달러에 달하는 빅테크들의 주가도 하루 10~20%씩 널뛰기를 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금리 인상에도 버텨낼 확실한 투자처를 찾다 보니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날 뉴욕증시가 급락한 것 역시 메타플랫폼(옛 페이스북)의 ‘어닝 쇼크’ 후폭풍이란 평가가 많았다. 이날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45% 내린 35,111.16에 마감했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2.44%, 3.74% 하락했다. 나스닥지수는 2020년 9월 후 1년5개월 만에, S&P500지수는 작년 2월 후 1년 만에 각각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전날 메타는 월가 예상(3.84달러)에 못 미치는 지난해 4분기 EPS(3.67달러)를 발표했다. 올해 1분기 매출 전망치는 270억~290억달러로 월가 전망(301억5000만달러)을 밑돌았다. 메타는 애플이 도입한 새 사생활 보호 기능으로 올해 100억달러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이에 3일 메타 주가는 사상 최대인 26.4% 폭락하며 시총 2500억달러가 증발했다. 미국 증시 역사상 하루 시총 손실액으로는 최대 규모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유럽발(發) 긴축 기조가 더해져 뉴욕증시가 주저앉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3일 영국 중앙은행(BOE)은 기준금리를 연 0.25%에서 연 0.5%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기준금리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던 유럽중앙은행(ECB)도 올해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는 유럽 국채 금리와 미국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졌고,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뉴욕증시는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예고에 급격한 하강곡선을 그리다가 애플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의 호실적 발표에 힘입어 반등세로 바뀌었다. 알파벳은 오는 7월 주식 액면분할을 발표하면서 주가 상승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작년 4분기 사상 최대 매출(1239억달러)을 거둔 애플은 올해 1분기에도 실적 성장을 예고했다. MS 역시 올해 1분기 월가의 기대치(482억달러)를 웃도는 매출 가이던스(485억~493억달러)를 제시했다.
박상용 기자/뉴욕=김현석 특파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