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계획을 접은 것은 작년 12월 초였다. 위드 코로나 시행 한 달 만에 하루 신규 확진자가 5000명 넘게 나오자 방역 고삐를 다시 죄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두 달 동안 공식석상에서 ‘일상회복 재추진’을 입에 올린 공무원은 없었다. 오미크론 변이의 위중증률이 델타보다 월등히 낮다는 이유로 섣불리 일상회복 얘기를 꺼냈다가 자칫 “또다시 헛된 희망만 줬다”는 질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랬던 정부가 4일 “일상회복을 다시 시도하겠다”고 선언했다. 오미크론이 그다지 위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만큼 “두 달 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을 방역당국이 가진 것으로 의료계는 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오미크론의 ‘펀치력’이 아무리 약해도 확진자가 급증하면 그에 비례해 위중증 환자가 늘어나는 만큼 섣부른 낙관론은 위험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위중증 한 달 새 4분의 1로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계절 독감과 유사한 일상적 방역·의료체계로의 전환 가능성을 본격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이 위드 코로나를 다시 꺼내든 것은 델타보다 전파력이 2배 이상 높지만 위중증률은 5분의 1에 불과한 오미크론이 대세가 된 데 따른 것이다. ‘오미크론 시대’가 열리면서 3일 신규 확진자 수는 델타가 우세종이던 올 1월 1일에 비해 7배가량(3830명→2만7443명) 폭증했지만 위중증 환자는 오히려 4분의 1(1024명→257명)로 쪼그라들었다.
오미크론의 치명률은 0.16%. 독감(0.05~0.1%)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매년 백신을 맞고 약을 먹으면 대다수 사람은 독감처럼 가볍게 앓고 지나간다는 얘기다. 전날 열린 일상회복위원회 방역의료분과 회의에서도 “오미크론이 정점을 찍고 나면 방역을 완화해도 괜찮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두 달 내 재시행할 수도”방역당국은 구체적인 위드 코로나 재시행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대신 일상회복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안정적인 위중증률·치명률 △충분한 의료체계 여력을 들었다. 현재 위중증 환자 수가 1주일 이상 200명대를 유지하고 있고,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14.9%(3일 기준)에 그치는 등 의료체계 여력은 충분한 편이다.
상당수 전문가는 방역조치 완화에 나설 적기로 오미크론발(發) 5차 대유행이 정점을 찍은 이후를 꼽는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은 한국의 ‘피크 타임’을 오는 19일(신규 확진자 7만5364명)로 예상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한두 달 뒤에 정점이 올 것으로 내다봤다. 이르면 2월 중하순, 늦어도 4월 초에 정점을 찍으면 위드 코로나도 그즈음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관건은 가파르게 늘고 있는 신규 확진자다. 오미크론의 위중증률이 델타의 5분의 1인 만큼 단순 계산으로 신규 확진자 수가 델타가 기승을 부리던 작년 말(7000명대)보다 5배 이상 늘어나면 위중증 환자도 의료체계 붕괴 위기에 몰렸던 당시보다 더 많이 나오게 된다. 전문가들의 예측대로 하루 10만 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나올 경우 고령층을 중심으로 위중증 환자가 폭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위드 코로나 재개 시점을 다시 한 번 더 늦춰야 한다.
오상헌/이선아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