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앱 별점 리뷰 제도 도입 이후 자영업자들이 끊임없이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배달 전문점을 운영하는 A 씨는 한경닷컴에 최근 '리뷰와의 전쟁'을 벌였다고 털어놨다.
A 씨는 "눈이 많이 왔던 날이라 배달 기사의 픽업이 평소보다 늦어져 손님에게 안내했던 시간보다 15분 정도 배달이 늦게 됐다"며 "손님이 가게에 전화를 걸어 음식이 왜 안 오냐고 항의하길래 정말 진심을 담아 죄송하다고 사과했고 리뷰 이벤트 서비스와 별개로 추가 서비스까지 담아 보냈는데, '배달이 늦게 왔다'는 리뷰와 함께 별점 1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배고픈 사람 입장에서 음식이 늦어지면 예민해질 수 있다는 건 충분히 이해하지만, 차라리 음식이 맛이 없다거나 머리카락이 나왔다거나 이런 이유 때문에 별점 1개를 받으면 덜 억울하겠다"며 "배달 전문점 입장에서는 별점과 리뷰가 생사와도 직결돼 있는 문제와 다름없다. 리뷰가 정말 사람 잡는다"라고 덧붙였다.
자영업자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A 씨가 겪은 일과 흡사한 사연들이 종종 화제를 모으곤 한다. 최근에는 한 자영업자가 고객의 '갑질'은 참았으나 '악성 리뷰'를 견디지 못하고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는 사연이 공개됐다.
옛날통닭집을 운영하는 B 씨는 "포장 주문이 들어와 '10분 이내 조리 완료'된다는 버튼을 누른 다음 바로 조리에 들어갔는데, 9분쯤 지났을 때 주문 취소 요청이 들어왔다고 고객센터로부터 연락받았다"며 "이미 조리가 끝난 상태였고 같은 음식으로 주문받은 것도 없어서 취소가 불가능하다고 고객센터에 얘기했다"고 했다.
이어 "제가 잠시 매장을 비운 사이 아내 혼자 일하던 중 취소 요청했던 고객이 와서 '왜 주문 취소를 해주지 않냐', '장사를 왜 이따위로 하냐', '장사하기 싫냐' 이런 얘기를 하면서 삿대질까지 해대며 음식을 받아서 나갔다"며 "그래도 아내에게 '우리가 장사하는 것이 죄다', '좋게 생각하고 넘기자'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해당 고객은 이내 배달 앱에도 별점 1개와 함께 "바로 결제 취소 요청했는데 안 해준다", "인성이 글러 먹었다", "700m 헥헥 거리면서 갔더니 웃더라. 어이가 없다"고 악성 리뷰를 작성했다. 이에 B 씨의 아내는 결국 눈물을 보였고, B 씨는 고객을 경찰에 고소했다.
당시 네티즌들은 B 씨의 사연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네티즌들은 "리뷰를 없애야 한다", "자영업자분들 진짜 힘든 세상인데", "블랙리스트 기능 도입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자영업자들이 배달 앱 별점 리뷰에 고통을 호소하는 일이 잦아지자 '쌍방 별점제' 및 소비자 실명제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요식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밝힌 C 씨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다시는 소중한 생명이 리뷰와 댓글로 사라져 가는 일이 없도록 간곡히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C 씨는 "전 국민적으로 쓰이고 있는 배달 앱에 구매력에 크게 영향을 주는 리뷰에 사용자들의 악의적인 댓글로 인해 소상공인들이 받고 있는 스트레스가 도를 넘은 지 오래"라며 "최근 소상공인들의 안타까운 생명까지도 앗아갈 정도의 문제가 됐지만, 여전히 어떠한 대책도 마련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고 본다"며 "배달 앱에 음식을 시키고 악의적인 댓글을 고의로 다는 사람에게도 업주들이 별점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 또 소비자들도 실명제로 해 댓글 테러를 할 수 없도록 실명제를 도입해 달라"고 촉구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