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향한 '호남 민심'이 심상치 않다. 최근 공표된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30%를 육박하기도 했다. 민주당 정권의 '텃밭'으로 불리는 호남에서 야권 후보의 선전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정치권에서는 대한민국 정치의 고질병이라 불리는 '지역 구도' 문제가 이번 대선을 기점으로 종식될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감도 감지된다.
지난 4일 리서치뷰가 UPI뉴스 의뢰로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지난 1~3일, 성인 남녀 1000명 대상) 결과에 따르면 윤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31%로 나타났다. 윤 후보가 호남에서 30%대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날 공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헤럴드경제 의뢰로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지난 2~3일, 성인 남녀 1000명 대상)에서도 윤 후보의 광주·전라 지지율은 26.2%였다. 해당 조사 기관의 직전 조사 결과(15.6%) 대비 10%포인트 넘게 상승한 수치다.
윤 후보는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 최근까지 역대 보수 정당의 어느 대선후보보다 호남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호남 출신 인사를 중앙선거조직에 적극 영입하는 등 기존의 정치 문법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또 지난 설 연휴에는 호남 지역 230만 가구에 손편지를 발송하며 사실상 '호남 올인'을 단행했다. 공직선거법상 제20대 대선 예비후보자 홍보물로 발송 가능한 수량은 전체 세대수의 10%인데, 이를 호남에만 몽땅 투자한 것이다. 윤 후보는 편지에서 "저는 5월 광주에 대한 보수 정당의 과오를 반성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호남의 미래를 함께 걷겠다"고 했다.
이준석 대표의 지원사격도 만만치 않다. 이 대표는 지난 1일 광주 무등산에 오른 뒤, 1박 2일 일정으로 호남의 다도해 지역 섬 주민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정치권에서는 대선을 앞둔 당대표가 주요 대도시가 아닌 외딴 섬까지 방문하는 것은 '파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들인 공이 아깝지 않을 만큼 여론조사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자 국민의힘은 한껏 상기된 분위기다. 이대로면 보수정당의 '꿈'이라 불리는 호남 지지율 20% 돌파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실제로 역대 대선에서 보수정당의 호남 최고 득표율은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10.3%였다.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호남에서 8.9%를 얻었고, 19대 대선 당시 홍준표 후보는 호남에서 득표율 2.5%에 그쳤다.
임승호 국민의힘 대변인은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20%를 넘을 수 있다고 단언하기는 힘든 상황이지만, 여러 여론조사를 봤을 때 20% 이상 지지율이 평균적으로 나오는 추세가 있어서 내부적으로는 기대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준석 대표 일정을 이어받아서 윤석열 후보도 호남에 일정이 계획돼 있다. 우리 당이 과거 호남의 지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많은 대책과 정책을 세우고 있는데, 이번 대선에서 그 효과가 조금 나오지 않겠나 하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사에서 언급한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