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벅 부담인데 인스턴트 마실까"…커피값 상승 원인 알고보니

입력 2022-02-04 22:00
수정 2022-02-2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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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속 먹거리 물가가 꾸준히 우상향하면서 소비자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물류비 상승과 인건비 부담 등이 커지면서 복합적으로 물가를 끌어올린 와중에 '이상 기후'란 복병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1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보다 1.1% 오른 135.7포인트로 집계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는 식량 가격 상승이 도화선이 돼 북아프리카 튀니지부터 예멘까지 확대된 민주화 운동 '아랍의 봄' 사태가 일어난 2011년 이후 최고치다.

지수 산출 주요 품목 중 설탕을 제외한 모든 품목의 가격지수가 상승했다. 특히 1월 식물성 기름의 경우 전월보다 7.4포인트 상승해 1990년 집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옥수수와 밀 등 주요 농산물 생산국인 미국과 아르헨티나, 브라질,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에서 지난해 가뭄 등 이상 기후 현상이 이어지면서 이 같은 가격 상승에 일조했다는 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 지난해부터 남미의 라니냐(적도 지역에서 저수온 현상이 5개월 이상 일어난 데 따른 이상 현상) 발생 여파로 콩, 옥수수 등 곡물 가격 상승 요인이 발생했다.

일례로 커피 원두의 경우 브라질에 지난해 7월 서리가 내린 탓에 아라비카 원두 가격이 76% 치솟았다. 큰 홍수가 발생한 벨기에산 감자 가격이 180% 뛰었고,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난 캐나다산 완두콩 가격도 85% 상승했다.


지구촌의 일은 더이상 '강 건너 불구경'일 수 없다. 국내에선 '금딸기'라고 불릴 정도로 몸값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딸기가 대표적인 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상품’ 등급의 딸기는 소매시장에서 100g당 2831원에 거래돼 전년보다 몸값이 54% 뛰었다. 평년보다도 68%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딸기가 영그는 시기인 지난해 10월께 이상 고온이 이어져 병충해가 퍼진 탓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최수현 농업연구사는 "재배 시 적정 생육온도가 중요한데, 이상고온과 잦은 강우로 지난해는 상대적으로 딸기 작황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우리나라가 밀과 옥수수, 콩을 수입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는 만큼 올해도 주요 곡물의 수입단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식용 밀 수입단가가 전년보다 29.6% 급등한 t당 415달러로 전망했다.


스웨덴 스톡홀름 환경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단기적으로 나타난 이상 기후 현상과 장기적인 기후변화 흐름이 농업에 악영향을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연구소는 "기회보다 리스크가 몇 배는 더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최근 식량 가격 급등 속 무기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식량 안보 전쟁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자재 가격이 계속 상승하면 치우쳐 분포하는 편재성을 기반으로 원자재를 무기화해 국가의 이해관계를 다투는데 필요한 위력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다.

황수욱 메리츠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교역 체계에서 비교 우위에 따른 분업화가 활발하게 진행된 분야 중 하나가 농산물"이라며 "편재성이 심한 농작물에서도 무기화 현상 및 가격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