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낚시 특구" 李 "운동 땐 포인트"…하루 한 개꼴 '미니 공약'

입력 2022-02-03 17:20
수정 2022-02-04 00:44
여야 대선 후보들이 생활 밀착형 ‘미니 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민생 현안을 꼼꼼히 챙기겠다는 의도지만 국정을 이끌어갈 굵직한 비전과 공약 대결은 뒷전으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3일 “해안과 내수면에 낚시와 여가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낚시·여가 특구를 추진하고 화장실 데크 등 편의시설을 확충하겠다”는 ‘석열씨의 심쿵약속’을 공개했다. 1000만 명으로 추산되는 낚시인들의 편의를 높이면서 지역 관광산업도 키우겠다는 공약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달 30일 “운동한 만큼 (포인트를 쌓고) 쌓은 포인트를 지역화폐로 돌려주겠다”는 ‘스포츠 포인트제’를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으로 발표했다. 자전거, 축구 등 운동을 취미로 하는 유권자들을 겨냥한 공약이다. 운동이나 스포츠에 참여하면 이를 포인트로 환산, 지역화폐 등으로 돌려줘 의료비를 줄이고 지역경제에도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소확행’과 ‘심쿵약속’은 유권자들이 실생활에서 겪는 소소한 불편을 개선하려는 취지에서 시작된 생활 밀착형 미니 공약으로,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하루에 하나꼴로 발표하고 있다. 이날까지 이 후보가 내놓은 소확행 공약은 61개, 윤 후보의 심쿵약속은 29개에 달한다.

처음 시작한 것은 이 후보다. 지난해 11월 소확행 1호 공약으로 ‘암호화폐 과세 1년 유예’를 발표했다. 이후 탈모 치료 건강보험 지원 공약(46호) 등이 화제를 모으자 윤 후보도 미니 공약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윤 후보는 이와 별도로 이준석 당대표와 함께 짧은 영상에 생활 밀착형 공약을 담은 ‘59초 쇼츠’ 시리즈도 발표하고 있다. 지하철 정기권 적용 범위 확대 공약은 2030세대에서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이런 미니 공약은 유권자에게 쉽게 다가서려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표퓰리즘 경쟁’이란 비판도 나온다. 연금개혁, 노동개혁 등 국가 주요 개혁 과제는 외면하면서 당장 표가 될 것 같은 선심성 공약에만 신경 쓴다는 것이다. SNS를 통해 가볍게 내놓는 정책 공약이기 때문에 재원 확보 계획도 뚜렷하지 않다.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은 “세대나 지역 갈등을 피하려는 선거를 하려다 보니 상대적으로 생활밀착형 공약이 부각되고 있다”며 “대선 후보들이 복잡하고 까다로운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좀 더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