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4일 개막한다. 올림픽을 개최하는 기관이 공들여 준비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올림픽 마스코트다. 이번 올림픽 마스코트는 중국을 상징하는 판다로, 이름은 ‘빙둔둔(氷墩墩)’이라고 한다. 빙둔둔을 보니 한참 선배격인 마스코트가 떠오른다. 1988년 서울올림픽의 마스코트였던 ‘호돌이’다.
호돌이의 공식 활동은 1988년 서울올림픽 전후지만, 탄생 시점은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2년 대국민 공모를 통해 마스코트 이미지가 선정된 후, 최종적으로 선정된 이미지에 여러 번 수정을 거쳐 완성됐다고 한다. 완성된 이미지는 1983년 11월에 공식 발표됐고, 다시 대국민 공모를 거쳐 1984년이 돼서 ‘호돌이(Hodori)’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호돌이는 탄생 과정에서 상표 때문에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먹으면 호랑이 기운이 솟아난다’는 광고로 유명한 시리얼 회사가 서울올림픽대회조직위원회에 호돌이가 자신의 상표인 아기 호랑이 캐릭터와 비슷하다는 항의를 했다고 한다. 상표심사관들에게 두 캐릭터가 비슷한지에 대해 의견을 물어보니 시리얼 회사의 캐릭터와 호돌이는 코와 입모양, 눈의 표현 등이 다르기 때문에 유사하지 않다고 한다. 실제로 호돌이는 서울올림픽대회조직위원회가 캐릭터를 공식 채택한 1983년 11월 상표를 출원해 상표권을 획득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독일, 프랑스 등에서도 상표권을 획득했으니 캐릭터가 비슷하지 않다는 증거일 것이다.
2년의 시간에 걸쳐 탄생한 호돌이는 상표권 확보에 힘입어 종횡무진 활동했다. 서울올림픽을 홍보하기 위해 인형과 배지에서부터 옷, 컵, 우표 등 다양한 상품에 등장했는데, 요새 같으면 스마트폰에서 쓰는 이모티콘으로도 인기가 높았을 것 같다. 호돌이는 올림픽 당시에도 인기가 좋았지만 2008년 미국의 비평가가 선정한 올림픽 마스코트 베스트5 중 3위에 뽑히기도 했다. 웃는 호랑이의 모습이 푸근함과 듬직한 느낌이라는 평이었던 것을 보면 세계인의 눈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호돌이 상표 등록 후 10년이 지난 1994년에 갱신 등록을 하지 않아 현재는 소멸된 상태라는 점이다. 올림픽 마스코트로서의 위상이나 국민적 인기를 생각하면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상표권 소멸과 더불어 호돌이의 활동도 점점 뜸해졌고, 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 판매하고 있는 인형이 현재 생산하는 유일한 공식 제품으로 보인다.
최근에 레트로 열풍이 불면서 오래된 상표를 재해석한 콜라보 상품들이 유행하기도 하는데, 호돌이도 공익적인 목적이라면 다시 활동을 재개할 수 있지 않을까. 마침 올해가 ‘임인년, 검은 호랑이 해’이기도 하니 다시 한번 호돌이를 돌아볼 수 있는 적기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