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가 1년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초 공사 물량이 감소하는 계절적 요인과 함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기업 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달 CBSI가 지난해 12월 대비 17.9포인트 하락한 74.6를 기록했다고 3일 발표했다. CBSI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의 건설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100을 넘으면 그 반대다.
CBSI는 지난해 11월과 12월 각각 4.5포인트, 4.1포인트 올라 2개월 연속 지수가 소폭 개선됐다. 하지만 지난달 17.9포인트 급락해 2020년 8월(73.5) 이후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박철한 연구위원은 “1월은 연말에 비해 공사 물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지수가 전월 대비 5~10포인트 하락하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낙폭이 더 컸다”며 “유가 상승과 코로나19 장기화가 이어진 데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건설업계가 위축된 결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기업 규모 별로 살펴보면 대형기업이 지난해 12월보다 9.6포인트 하락한 75.0으로 집계됐다. 중견(80.0)과 중소기업(67.9)은 전월보다 각각 20.0포인트, 25.2포인트 하락했다. 지역별로는 서울(83.5)과 지방(65.3)이 3.2포인트, 33.3포인트씩 떨어졌다.
지난달 27일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건설업계가 느끼는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는 등 중대재해의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인명 사고가 다수 발생하는 건설 현장의 특성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만 2월 CBSI 전망치는 1월에 비해 22.0포인트 오른 96.6으로 예상했다. 박 연구위원은 “신규 공사 수주가 늘어나면서 낙폭이 어느 정도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회복 여부는 시간을 두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