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에 병력 감축 제안한 美…결국 "미군 동유럽 배치 공식 승인"

입력 2022-02-02 23:46
수정 2022-03-04 00:01

우크라이나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에 상호 군축과 신뢰 조치를 제안했지만 러시아의 반응은 냉담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군의 동유럽 추가 배치를 공식 승인하면서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이 계속될 전망이다.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는 2일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러시아의 안보보장 요구에 대해 지난달 26일 보낸 서면답변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입수 경위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문서에 따르면 미국은 러시아에 공중이나 해상에서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상호 대책에 대한 논의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대신 미국은 루마니아와 폴란드에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을 두지 않고 이와 관련한 조치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러시아도 미국이 지정한 러시아 내 미사일 기지 2곳에 관해 공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미국은 러시아와 서로 우크라이나 영토 안에 미사일과 전투부대 배치를 하지 않기로 상호 약속하고 검증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상의할 뜻이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미국과 핵미사일 통제 조약에 관한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NATO와 러시아 정부는 유출된 문건에 대해 확인을 거부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유출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이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답변을 전달받은 러시아는 냉담한 상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근본적인 관심사가 무시됐다는 점은 명백하다"며 "(크림반도는) 러시아의 영토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NATO에 가입하고 크림반도를 공격할 경우 NATO와 싸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대통령이 수천 명의 미군 병력을 수일 안에 폴란드 독일 루마니아 등 동유럽에 배치할 것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 25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미국 8500명에 대해 유럽 배치 대비 명령을 내린 것과는 별개의 조치다.

소식통은 "이 같은 움직임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막고 동유럽에서의 전쟁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파병될 병력 중 일부는 이미 유럽에 주둔하고 있으며, 다른 일부는 이미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는 미국 내 병력들이 올 것"이라고 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