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사진)가 경기도 공무원에게 개인 심부름을 시켰다는 논란을 두고 여야가 설 연휴 기간 격하게 충돌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김씨는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라고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김씨가 경기도 비서실의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쓴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는 등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해당 의혹은 이 후보가 경기지사로 재직하던 지난해 김씨가 5급 공무원 배모씨를 통해 도청 소속 별정직 7급 공무원 A씨에게 자신의 약을 대리 처방받게 하거나 아들의 퇴원 수속을 대신 밟게 하는 등 사적 심부름을 시켰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런 의혹이 언론을 통해 제기되자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는 설 연휴 기간 “백성들의 상전” “황제 의전”이라며 집중 공세를 폈다. 원일희 국민의힘 대변인은 2일 논평에서도 “김씨가 저지른 공무원 사적 유용은 단순 과잉 의전이 아니라 명백한 불법 행위라는 증언과 증거가 속출하고 있다”며 “이 후보와 선대위는 침묵으로 외면하지 말고 사법당국의 수사에 성실히 응해야 할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심부름을 시킨) 당사자인 공무원 배씨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박주민 의원)며 의혹을 대체로 부인했지만, 오후 들어 입장을 바꿨다. 배씨는 보도자료를 내고 “이 후보 부부에게 잘 보이고 싶어 상식적인 선을 넘는 요구를 했다”며 일부 의혹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어느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이라며 이 후보 부부와 관련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곧이어 김씨도 입장문을 통해 “공과 사를 가려야 했는데 배씨와 친분이 있어 도움을 받았다”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송구하다”고 했다. 다만 “상시 조력을 받은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이런 해명에 대해 최지현 국민의힘 수석부대변인은 “이 후보 부부의 잘못을 덮기 위한 거짓말”이라며 “배씨를 채용한 것 자체가 국고 손실 범죄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난했다.
김씨가 해명을 낸 직후 또 다른 추가 의혹이 나왔다. 배모씨 등 김씨 측 수행팀이 경기도 비서실의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해왔다는 정황이 담긴 텔레그램과 전화 녹음 대화 내용이 KBS를 통해 공개됐다. 제보자는 앞서 김씨가 개인 심부름을 시켰다는 의혹을 폭로한 A씨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서실 수행팀이 한우 등심, 초밥 등 김씨의 반찬 거리, 식사 등을 개인 카드로 먼저 결제한 후 취소하고 경기도 법인카드로 다시 결제하는 편법을 썼다고 A씨는 주장했다. A씨가 폭로한 두 사람의 9개월치 통화 녹음에 따르면 카드를 바꿔 결제하는 대화 내용이 열 차례 넘게 등장한다고 KBS는 보도했다.
이 후보가 업무 일정 때문에 경기도를 비웠을 때도 이런 방식의 심부름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정부에서 발표한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의 법인 카드는 업무자의 관할 근무지와 무관한 지역, 공휴일이나 주말, 비정상 시간대 사용 등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정부는 2016년부터 지자체장 배우자의 사적 활동에 대한 공무원 수행과 의전 지원도 금지하고 있다.
이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이날 외국인 건강보험 혜택을 두고 논쟁을 벌였다. 윤 후보가 일부 외국인이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해 “숟가락만 얹고 있다”고 지적하자 이 후보는 “외국인 혐오를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지난 1일 페이스북에서 윤 후보를 겨냥해 “외국인 혐오 조장으로 득표하는 극우 포퓰리즘은 나라와 국민에 유해하다. 나치의 말로를 보시라”고 지적했다. 윤 후보가 지난달 30일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 걸 언급한 것이다.
고은이/성상훈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