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엄마 요금제를 바꿔드리려고 하는데요….”
지난달 26일 서울 동작구 KT고객센터. 요금제 변경을 묻는 한 이용자의 전화가 걸려오자 상담원의 손과 눈이 동시에 분주해졌다. 모니터에 대화 내용이 텍스트로 떴고, ‘요금제 변경’이라는 키워드도 함께 제시된 것이다. 상담직원이 이 키워드를 클릭하자 관련 페이지로 화면이 이동했다. 상담원은 곧장 페이지를 참고해 고객에게 요금제 변경 안내를 시작했다.
디지털 전환(DX)이 가속화하면서 고객센터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전화벨 소리와 상담 대화로 시끌벅적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20여 명이 근무하는 3층 센터는 ‘잠잠하다’고 표현해도 될 만큼 차분했다. ‘인공지능(AI) 상담 어시스트’가 가져온 변화다. KT는 2018년 AI를 고객센터에 도입한 후 꾸준히 기술 고도화에 주력해 AICC(AI콘택트센터)를 확장해왔다.
AI는 KT 고객센터의 핵심이다. 대화 내용을 인식해 문자로 띄워주는 것은 물론 고객이 하고자 하는 말의 요지, 즉 핵심 키워드를 뽑아내 준다. 전화한 고객이 이른바 ‘블랙컨슈머’인지도 함께 판별해 상담원이 주의할 수 있게 한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AI로 문자, 음성 등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기억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센터 관계자는 “요즘엔 상담할 때 음성 파장 등을 분석해 고객의 대략적인 감정 상태를 파악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보통, 화남, 매우 화남 등 세 단계로 분류해 최적의 대응 솔루션을 적용한다는 게 센터 측 설명이다.
특히 목소리 인증 기술은 15초 정도 걸리던 이용자 신원 확인 시간을 5초 안팎으로 단축해 응대 속도를 대폭 끌어올렸다. 상담한 고객의 음성을 기억해뒀다가 해당 고객이 다시 전화하면 고객 정보, 과거 상담 이력을 즉시 찾아준다. KT는 약 940만 개의 고객 음성 데이터를 축적했다.
고객센터 관계자는 “(AI 도입 이후) 고객의 말을 다시 묻거나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훨씬 줄었다”며 “초보도 업무를 빨리 배우고 일하며 겪는 감정 소모도 줄었다”고 전했다.
AI 보이스봇으로 24시간 고객 응대도 가능해졌다. AI 보이스봇은 상담사와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이 자동응답시스템(ARS)과 구분된다. 도입 초창기엔 사전 입력된 특정 표현이나 단어만을 인식했다면 최근엔 상황 인지, 고도 대화 능력도 갖췄다. 보이스봇이 고객 문의 170개 분야를 즉시 해결해 주는 덕분에 전화량도 월평균 17만 건가량 줄었다는 게 KT 측 설명이다.
국내 AICC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동통신사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 기업도 고객 상담에 앞다퉈 AICC를 도입하고 있어서다. 다국적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2020년 4214만달러(약 498억원) 규모였던 국내 ‘콜센터 AI’ 시장이 2030년엔 3억5008만달러(약 4138억원)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세가 연평균 23.7%에 달한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