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자 간 결혼이 소득 불평등 격차를 키우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사진)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미국 브루킹스연구소가 공동 출간한 ‘패러다임 변화: 디지털 경제의 성장, 금융, 일자리 및 불평등’의 마지막 챕터를 맡아 20년(1996~2016년)간 한국 사회에서 악화된 소득 불평등 현상을 분석했다.
조사 기간 한국의 지니계수는 가계를 기준으로 1996년 0.270, 2006년 0.312, 2016년 0.323으로 상승했다. 지니계수는 0과 1 사이에서 수치가 높을수록 소득 분배의 불평등 정도가 심하다는 뜻이다. 박 교수는 우선 같은 기간 가계 경제를 책임지는 가장의 근로소득이나 자산소득에서 격차가 벌어졌는지를 따져봤다. 가장의 소득을 기준으로 한 지니계수는 1996년 0.120에서 2006년 0.187로 높아졌다가 2016년에는 0.177로 오히려 불평등 수준이 완화됐다. 근로소득을 제외한 소득 격차도 1996년 0.046, 2006년 0.040, 2016년 0.045로 큰 차이가 없었다.
확대된 가계소득 불평등의 원인은 배우자에게 있었다. 배우자 소득의 지니계수는 1996년 0.032에서 2006년 0.046을 거쳐 2016년 0.065로 뛰었다. 20년 사이 배우자의 소득 격차가 두 배로 벌어지며 전체 지니계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8%에서 20.3%로 올랐다.
이런 경향은 다른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2016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생애주기별 소득, 재산의 통합 분석 및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가구 평균이 100일 때 청년 독신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2003년 71.6에서 2011년 67.6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같은 연령대 부부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108.2에서 132.3으로 크게 늘었다. 대기업 사내커플 등과 같은 고소득자 간 혼인이 최근 불평등 확대의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여성의 사회생활 증가로 맞벌이 가구가 늘어나며 외벌이 가구와 비교해 배우자의 수입 격차가 커졌다”며 “여성의 경제 참여 확대는 사회 발전에 따라 필연적인만큼 소득 불평등 확대에는 불가피한 요인이 작용한다는 점을 정책 당국자들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