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만원씩 벌어도 집 없으면 무슨 소용…나는 중산층 이하"

입력 2022-02-01 11:46
수정 2022-02-01 11:47
지난해 가구소득이 600만원을 넘는 고소득자 가운데 10명 중 9명은 본인이 중산층 이하라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소득과 자산소득(집 등)의 격차가 벌어지면서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2021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가구소득이 600만원 이상인 사람 가운데 91.1%는 본인의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중' 이하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들 가운데 78.3%는 본인이 중층에 속한다고 답했다. 본인이 중하층에 속한다고 느낀다는 대답비율은 34.7%였고, 하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12.8% 있었다.

가구소득이 600만원 이상인 사람 중 상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8.9%에 그쳤다. 2017년 조사(10.5%)보다 비중이 줄었다.

가구소득이 600만원 이상인 경우 조사 대상 가운데 월평균 소득 구간이 가장 높았다. 그럼에도 이들 중 대다수는 스스로 상층에 속하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런 현상은 근로소득과 자산소득간 격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근로소득이 많더라도 무주택자는 자신을 상층으로 분류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통계청의 주택 소유 통계에 따르면 2020년 11월 1일 기준 주택을 소유한 가구의 평균 주택 자산가액(공시가격 기준)은 3억2400만원으로 전년 대비 4900만원 증가했다. 이에 비해 주택 자산 가액 기준 상위 10% 가구의 집값은 평균 13억900만원으로 2억600만원 올랐다.

자산 상위 계층의 자산소득 증가 폭이 워낙 컸다. 그만큼 근로소득이 많은 계층조차도 근로소득에 부여하는 의미가 작아지는 셈이다.

2020년 4분기 기준 가구당 월평균 근로소득은 340만1천원으로 0.5% 감소했다.

한편 지난해 발표됐던 '2020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이러한 결과를 짐작케하는 통계가 있었다. 국토교통부가 국토연구원에 의뢰해 2020년 7~12월 표본 5만1000 가구를 대상으로 벌인 결과에서 내 집 마련을 하는데 기간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권에서 월급을 받아 한푼도 쓰지 않고 월급을 모아 집을 장만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2019년 6.8년에서 2020년 8년으로 길어졌다.

집값과 임대료가 치솟으면서 연소득 대비 주택구입가격 배수((PIR: Price Income Ratio)와 월소득 대비 월임대료 비중(RIR:Rent Income Ratio)이 각각 전년 대비 상승한 것이다. PIR은 월급을 받아 한 푼도 안쓰고 꼬박 모아 집을 장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뜻한다. 수도권의 PIR은 전년 6.8배에서 작년 8.0배로 올랐다. 수도권에서 월급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서 내집을 마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6.8년에서 8년으로 연장됐다는 의미다. 수도권 PIR 8.0은 2006년 주거실태조사가 시작된 이후 최대치로 기록됐다. 이전까지 수도권 PIR은 5.7에서 6.9 사이에서 맴돌았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