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미만 아파트 '싹쓸이' 갭투자…4개월 만에 번 돈이

입력 2022-02-03 08:30
수정 2022-02-03 09:27

법인·외지인이 전국을 휩쓸며 공시가 1억원 미만 아파트를 사들인 결과 건당 1700만원이 넘는 차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4개월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아파트를 사고 팔았고, 대부분은 해당 아파트에 들어간 임차인의 전세 보증금을 활용해 물건을 매수했다. 이들이 매도한 물건의 40%는 현지인이 모두 떠안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는 법인과 외지인이 공시가 1억원 이하의 아파트(저가 아파트)를 집중매수한 사례를 대상으로 지난 11월부터 진행해온 실거래 기획조사 결과를 3일 발표했다.

국토부가 2020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저가 아파트를 매수한 법인과 외지인 거래 8만9785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법인·외지인의 거래비중은 2020년 7월 29.6%에서 지난해 8월 51.4%로 21.8%포인트 증가했다. 평균 매수가격은 1억233만원 수준이다.

단기로 매수·매도한 경우 평균 보유기간은 129일(4개월)에 불과했고, 건수는 모두 6407건으로 평균 차익은 1745만원이었다. 전국 저가 아파트 전체 거래의 평균 매매차익이 1446만원임을 감안하면 20.7%의 차익을 더 본 것이다.

저가아파트 매수자금 중 자기자금의 비율은 29.8%, 임대보증금 승계금액의 비율은 59.9%로 통상적인 아파트 거래보다 자기자금은 절반 수준에 불과했으며 임대보증금은 2배 이상 높았다. 이들이 매도한 물건의 10건 중에 4건(40.7%)은 현지인이 모두 받았다.

법인과 외지인의 매수가 집중된 지역은 천안·아산이 약 8000건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창원 약 7000건, 인천·부산 약 6000건, 청주 약 5000건, 광주 약 4000건 등이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부 법인과 외지인이 저가 아파트를 '갭투자'로 매집해 거래가격을 높이고, 단기간에 실수요자에게 매도해 높은 시세차익을 얻었다"며 "거래 금액 가운데 임대 보증금 비율이 높아 향후 집값 하락 시 '깡통 전세'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과정에서 이상 거래도 포착됐다. 조사 결과 이상거래 1808건 중 위법의심거래 570건(31.5%)이 적발됐다. 국토부는 경찰청과 국세청, 관할 지자체, 금융위원회 등에 관련 내용을 통보한 상황이다.

예컨대 아직 돈을 벌고 있지 않은 미성년자가 '갭투자'로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저가 아파트를 12가구 산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보증금 외 필요한 자기자금은 그의 아버지가 매도인에게 송금했는데, 편법증여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기업자금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산 경우도 있었다. 여신전문업체로부터 받은 기업자금대출로 저가 아파트를 매수한 것이다. 대출용도 외 유용이 의심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위법의심거래는 관계기관에 통보한 상황으로 향후 범죄 수사, 탈세·대출 분석, 과태료 처분 등의 후속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라며 "부동산 시장 거래질서를 훼손하는 일부 투기세력의 시장교란행위를 적극 적발해,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질서를 확립해나가겠다"고 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