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김도형의 금융 法 (32)] 법제화 이룬 P2P…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입력 2022-01-28 18:53
수정 2022-01-28 19:22



2019. 10. 31. ‘P2P 대출법’으로 불리는「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온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2년이 지났다.

위 법은 기존 P2P 대출시장의 혼란을 방지하고자 법 통과 이후 바로 시행되지 않고 공포 후 9개월이 경과한 2020. 8. 27.부터 시행되었을 뿐만 아니라, 여러 규정에서 유예기간을 두었다.자본금 요건이 3억 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되고 금융위원회의 감독을 받는 등 많은 변화를 겪게 된 기존 P2P 업체들에 대해서는 2021. 8. 26.까지 금융위원회에 등록하도록 등록유예기간을 두었다.

예상대로 많은 P2P 업체들이 금융위원회 등록을 포기하면서 2022. 1. 12. 기준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P2P 업체는 총 38개사이다. 법 시행 전인 2020. 6. 기준으로 약 240개의 P2P 업체가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15% 수준으로 축소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다수의 P2P 업체가 직원 10명 미만의 영세한 회사라는 점을 감안하여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자 하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금 5억원, 전산 및 보안과 관련한 전문인력 및 설비, 내부통제장치 및 투자자보호 방안 구비 등의 기본적인 등록요건을 갖추기 힘든 다수의 업체가 등록을 포기한 것이다. 등록을 포기한 P2P 업체들은 순차적으로 폐업절차를 밟거나 대부업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본격적인 옥석가리기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2021. 8. 금융당국이 카카오페이나 뱅크샐러드 등 금융플랫폼에서 P2P 투자 서비스를 연결하는 행위가 단순한 광고가 아닌 투자중개업에 해당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투자중개업 등록이 되어 있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향후 투자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지도 모른다는 부담을 느낀 금융플랫폼들은 P2P 투자상품들을 홈페이지에서 내리면서 P2P 업체들의 홍보나 운영은 보다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게 되었다. 한때 인터넷전문은행과 함께 핀테크 산업의 대표 주자로 관심을 한 몸에 받던 것에 비하면 초라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P2P 대출업과 관련하여 현재 가장 큰 이슈는 ①미등록 P2P 업체의 기존 대출 대환 문제와 ②기관투자자의 투자와 관련한 관련 규정 준수 여부이다. 금융위원회는 2022. 1. 12.자 보도자료를 통해 “온라인투자연계금융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미등록 P2P 업체의 기존 대출을 등록된 P2P 업체의 대출로 대환신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었다”라고 홍보하였지만, 아직 이와 같은 대환신청을 한 차입자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차입자 입장에서 조기상환 요청이 들어오지 않았는데 굳이 등록된 P2P 업체로 대환신청할 유인이 없고, 미등록 P2P 업체의 입장에서는 폐업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차입자에게 대환을 권유할 이유도 없다. 이로 인하여 대출이 부실화된다면 결국 투자자들만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 것이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협회에 맡겨 둘 것이 아니라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음으로 온투법에서는 여신금융기관 등 기관투자자들의 P2P 대출 상품에 대한 투자를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다만 이를 실행으로 옮기는 데는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온투법 제35조 제3항 때문이다. 여신금융기관 등의 투자를 허용하면서도 제35조 제3항은 여신금융기관 등으로 하여금 해당 업을 규율하는 별도의 법령도 준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별도 법령이 정하지 않은 한 이와 같은 연계투자를 차입자에 대한 대출 또는 신용공여로 본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여신금융기관 등이 P2P 대출 상품에 투자하는 경우 온투법 뿐만 아니라 해당 여신금융기관을 규율하는 법령도 준수하여야 한다”는 원론적이고 모호한 유권해석을 내렸다. 투자와 대출은 기본적으로 성격이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여신금융기관의 투자를 대출로 간주하면서 투자에 관한 온투법과 대출에 관한 여신전문금융업법이나 상호저축은행법 등과의 상충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 규정의 목적이 기존 대출기관들이 P2P를 활용하여 강화된 대출규제를 피하려는 꼼수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하지만, 기관투자자들의 P2P 대출 상품에 대한 투자를 법으로 허용한 이상 위와 같은 규정 간 상충 문제는 적어도 해결해줘야 한다. 위와 같은 유권해석만 가지고서는 어떻게 하면 기관투자자들이 법위반 없이 P2P 대출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기 어렵다.

금융플랫폼의 P2P 투자 서비스 광고를 중개로 보는 유권해석도 문제이다. 금융플랫폼에 연동된 P2P 대출 상품에 대한 소개나 배너 등은 P2P 대출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를 광고라고 인식할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 등록된 P2P 업체들은 상당한 업력을 쌓아서 투자자들이 인식하는 기업들도 많이 있는데, 이를 금융플랫폼의 중개행위로 보고 가뜩이나 어려운 P2P 업체들의 홍보활동을 막아서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P2P 업체들도 기관투자 등에 의존하려 하기보다는 P2P의 근본취지를 다시 한 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기존 금융기관의 유연하지 못한 대출 규제 및 신용평가 방식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신용평가기법을 활용하여 신속한 대출을 실행하는 고유의 강점을 잘 살린다면 중금리 대출 시장에서 충분히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개인투자자들의 P2P 대출상품에 대한 관심이 과거에 비해 많이 식은 것은 일부 업체의 모럴해저드와 영세한 규모에서 오는 부실한 관리 등이 초래한 높은 대출부실화에 기인한다. 이제 법제화가 완성됨으로써 제도권으로 편입되었을 뿐만 아니라 우량 기업들 위주로 재편되었다. 게다가 금융기관의 강한 대출규제와 가파른 대출금리 인상이 진행 중이다. P2P 업체들이 무언가를 보여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