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패드 해킹 사태'로 빗장 풀리는 스마트홈 보안 시장

입력 2022-01-30 20:33
수정 2022-01-30 20:34

아파트 홈 네트워크 기기 ‘월패드’ 해킹 사태 이후, 주거용 사물인터넷(IoT) 보안 시장이 본격적으로 움틀 대는 모양새다. 지난달 정부가 관련 설비 기준을 의무화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최근 자동차·금융 등 타 산업군 보안 기업들까지 시장 선점을 위한 도전장을 던지는 추세다. 자동차 보안 기업까지 스마트홈 보안 '직진'월패드 사태는 지난해 말 불거졌다. 전국 700여 곳 아파트가 월패드 해킹을 당해 주민들 사생활 영상이 온라인에 유출된 것이다. 월패드는 아파트 거실 벽면에 달린 인터폰 형태 자동화 기기다. 내장된 카메라가 가정 내 영상을 촬영한 모습은 다크웹에서 비트코인을 통해 거래되며 파장을 일으켰다.

정부는 황급히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달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의 설치 및 기술기준’ 일부 개정안을 통해 망 분리 의무화 내용을 담았다. 단지 내 서버와 세대별 홈 게이트웨이를 분리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스마트홈 보안 사업은 중요성이 수차례 제시됐지만 ‘안전 불감증’ 탓에 성장이 더뎠다. 월패드 사태로 말미암아 보안업계서는 새로운 시장 형성에 가속도가 붙었다.



전기차·자율자동차 보안기업 시옷은 기존 월패드에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IoT 보안 솔루션을 개발했다. 하드웨어 보안을 다루던 노하우를 이종 산업에 입힌 사례다. 통상 스마트홈 IoT 기기는 기존 PC나 모바일보다 저사양 프로세서를 사용한다. 시옷은 임베디드(내장형 시스템) 소프트웨어(SW)를 부착시켜 PC 환경과 동일한 수준의 보안을 제공하도록 했다. 저전력·경량화 암호· 고속 영상처리 기술이 기반이다.

박한나 시옷 최고기술경영자(CTO)는 “세대 간 망 분리는 이미 지어진 아파트일 경우 구현이 쉽지 않다”며 “개발한 솔루션은 설치만으로 접근제어 망 분리와 데이터 암호화가 가능해 현실적 안전성 확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보안 기술도 스마트홈에 이식스마트홈 보안 시장은 격전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정보인증은 금융권 보안 체계서 널리 쓰이는 ‘PKI 인증서’에 일회용비밀번호(OTP) 기술을 입혔다. 홈 네트워크 설비에 사용자가 생체 정보로 신원을 인증하는 체계를 도입한 것이다. PKI는 공개키와 개인키가 함께 구성돼 해커가 양쪽 키를 모두 확보하지 못하면 침입이 불가능하다. OTP 기술은 지난해 6월 흡수합병한 다우키움그룹 계열사 미래테크놀로지 솔루션을 활용했다.

보안 기업 펜타시큐리티도 비슷한 솔루션을 출시했다. 세대별 홈 게이트웨이와 단지 서버를 연결하는 망을 분리해 주는 ‘아이사인 홈크립트’를 새롭게 론칭한 것이다. 공개키 기반 구조 PKI 전자서명, IoT 전용구간 암호화 등을 구현해 스마트홈 데이터 기밀성과 무결성을 보장하도록 했다.



시스템통합(SI) 기업 케이씨에스는 독자 개발한 영상암호칩 기반 모듈을 내놨다. 주요 건설사와 홈 오토메이션(가정 자동화 제어) 업체들을 대상으로 영업망을 늘리고 있다. 모듈은 월패드에 내장시키는 형태다. 내부 데이터 암호화·불법 침입차단 등 스마트홈 보안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스마트홈 보안 시장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분야다. 스마트홈 시장 자체가 성장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20조6183억원이었던 국내 스마트홈 시장은 오는 2025년 27조5767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시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