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선 정국에서 커지고 있는 ‘무속 논란’과 관련해 무교(巫敎)인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정치인들의 무교인 폄훼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국내 최대 규모 무교인 모임인 민족종교 경천신명회는 “설 명절 후 서울 여의도에서 집회를 개최해 단체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성종현 경천신명회 종교위원장은 28일 “최근 정치권에서 건진법사와 관련된 논란이 벌어지면서 전체 무교인이 폄훼당하고 있다”며 “정치권에서 무교 신도들을 호도하는 말을 멈추지 않는다면 집단행동과 같은 특단의 조치에 나설 수도 있다”고 했다. 성 위원장은 “경천신명회 회원은 총 30만여 명”이라며 “전국에 퍼져 있는 17개 교구가 전국 동시다발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건진법사라는 사람이 교단 소속이라면 모르겠지만, 교단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라며 “왜 무교인 전체가 비난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란은 무교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게 이 단체의 주장이다. 성 위원장은 “무교가 미신이나 우상을 숭배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은 마치 사이비 종교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교인들이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시각에 대해선 “우리는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지 않고 신도들은 각자 원하는 사람을 뽑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들이 이처럼 단체행동을 경고하고 나선 것은 최근 여권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무속인과 친분이 있다는 의혹을 잇따라 제기하면서 “주술 대통령 후보”, “무속인 그 자체”라고 비판한 데 따른 것이다.
무교는 통계청에서 ‘점술 및 유사 서비스업’으로 분류해 공식 국가통계를 내고 있다. 가장 최근 조사인 2019년 말 기준 종사자 수는 1만745명이다.
하지만 따로 사업자 신고를 하지 않고 영업하는 경우가 많아 공식 통계치보다 실제 종사자는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